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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길 지켜주는 빨간 베레모 아저씨-세운안전시스템 이봉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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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대 출신의 이봉호(36세)씨는 아침 7시 40분이면 어김없이 빨간 베레모에 제복을 차려입고 서야중고등학교 앞으로 나간다.

 변변한 신호등 하나 없는 위험한 도로 한가운데에 서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호해주기 위해서다. 처음엔 합덕국민학교 앞에서 했는데 곧 육교가 놓여질 계획이라 지금은 서야중고등학교 앞으로 옮겨왔다.

 혼자서 이 일을 해온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남들처럼 나른하게 늦잠도 자고 싶고, 가족들과 오손도손 아침식사를 하고 싶은 맘이야 그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그러나 그는 꼬박 1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앞 도로로 나갔다. ꡐ누군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ꡑ이라면 그는 앞뒤 가리지 않고 도맡아 하는 별난 욕심을 가졌다.

 등교길이 위험한 사람은 학생들이 아니라 오히려 이봉호씨다. 도로 한가운데에 사람이 서있는데도 서행할 줄 모르는 일부 난폭한 운전자들 탓에 섬찌할 때가 많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이 빨간 베레모 아저씨는 더없이 든든한 친구다. 학생들은 읍내에서 그를 만나면 선생님 만난 듯 꾸벅 인사를 하고 등교길엔 막대기 사탕이나 빵, 우유, 앳띤 여학생들은 장미꽃 한송이를 건네주기도 한다. 누가 알아주기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이씨는 이때가 가장 기분이 좋단다.

 몸으로 떼우는 봉사일이라면 이씨는 뭐든지 앞장선다. 인간신호등 노릇 외에도 그는 고향인 교동의 청년회에서 총무를 맡아 일하고 있다.

 60여명의 청년들이 모여있는 교동청년회는 마을에 초상이 나면 상여메는 일에서부터 뗏장 씌우는 일까지 3일내내 상가일을 맡아서 해준다.

 교동마을에 국한된 활동이기 때문에 장례 치를 일이 걱정인 다른 마을사람이 교동으로 이사오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청년회의 장례식 봉사활동은 모범적이라고 한다. 이씨는 시신을 안치시키는 일을 가장 많이 했는데 그 덕에 ꡐ사는게 뭔가ꡑ를 자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결론은 누구나 죽음앞에는 다 똑같다는 것이다. 부자로 살았건 가난뱅이로 살았건 한줌 흙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

 돈 몇푼에 눈 멀어 남에게 해끼치며 사는 것보다 나쁜소리 안듣고 조금씩이라도 나누며 사는 것이 훨씬 값지다는 것을 장례 치를 때마다 느끼곤 한단다. 현미경보다 망원경으로 인생을 보는 지혜를 터득한 것이다.

 이씨는 또 곧 발족하게 될 해병전우회의 기동대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해병대 특유의 집단의식과 의리를 건전한 방향으로 발휘하는 것이 해병전우회의 발족 취지란다. 이씨는 새로이 시작될 봉사활동을 구상하느라 여렴이 없다.

 올 추석에는 읍면노래자랑 사회도 맡을 것이다. 좌중은 휘어잡는 솜씨가 이미 아마츄어 수준을 넘었다는 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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