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ꡒ함께 가는 길, 이젠 자신있어요ꡓ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13일 일요일. 신평농협 예식장에서는 애틋한 한쌍의 혼례식이 조촐하게 거행됐다.

 ꡐ뭐가 그렇게 급해서 이 한여름에 식을 올리는 걸까?ꡑ 바로 전날 날아온 청첩장을 손에 들고 식장에 모인 하객들의 한마디였다.

 주인공은 급할만도 한 서른아홉의 노총각 한봉우(신평 남산리)씨와 아직 소녀 티를 벗지 못한 스물세살의 신부 이화영(신흥리)양이었다. 열여섯살의 나이차이에도 아랑곳없이 이들은 마냥 행복한 모습이었다.

 꽃같은 신부를 도둑질(?)한  늦깎이 신랑 한봉우씨는 내내 입을 다물 줄 몰랐다. 그래도 생전 처음 해보는 결혼식이라 어리숙하고 서툴기는 여느 신랑과 다름없다. 신부를 왼쪽에 두고 입장하는 바람에 주례 선생님의 꾸지람을 들어야 했고 하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ꡒ어려운 환경일지라도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장점을 북돋우는 금슬 좋은 부부가 되어야...ꡓ

 주례사가 시작되자 장내는 숙연해졌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간간이 ꡐ공연히 내가 눈물나네ꡑ라며 멋쩍은 듯 돌아서서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신랑신부는 둘다 한쪽 손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으로 서로 만나기 전까지 무척 어려운 형편에서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들에게 이날 혼례식이 갖는 의미는 남들과 같을 수 없었다.

 서로의 아픔을 다독여주며 냉정한 현실의 벽을 함께 뛰어 넘자고 다짐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도 이들의 결연한 의지를 북돋아 주었다.

 신평농협에서는 시원한 예식장과 신부의 예쁜 드레스를 무료로 빌려주었고, 장애인협회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만큼은 모두가 이 소박한 한쌍의 후견인들이었다.

 신랑은 신부의 왼손이 되고 신부는 신랑의 오른손이 되어 평생동안 고락을 함께할 것을 서약하는 것으로 한여름의 결혼식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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