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디
김태숙 기자
잠시 쉬고 싶었지
쉬다가 조금은 머물고도 싶었고
머물다가 아주 눌러살고 싶었지
땅의 단내에 취했던 거야
그러나 시시때때 비는 내렸고
요즘처럼 시시때때 비 내리는 한
멈출 수 없는 일이 떠나는 일이요
떠날 수 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거지
그렇게 두세 고비 발을 묻었다 떠나왔네.
뿌리는 단 한번 내린다고 자네는 말하나?
떠나오면서 내 손으로 거둘 수 없는 것이
마음의 뿌리였지
거둘 수 없어 그대로 두고 온 거야
아마도 어느 큰비 오는 밤에는 또
파헤쳐진 땅의 낮은 목소리에 끌려
한번 더 발을 뻗고 싶을 지 몰라.
그런데 자네는
자네 영혼의 뿌리 끝에서 갈라져나간
기억의 꽃순들이
오늘밤 인생의 어느 역전에서
어떤 모습으로 비맞고 있는지 알기나 하나?
비 맞으며 제가끔씩 더 깊이 발을 묻고 있다는 것을,
하물며 뿌리 하나마다 하늘 하나가 자란다는데
돌아갈 때 우리가 얼마나
많은 하늘을 짐지고 가야하는지를
자네는 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