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멸을 찾아서 7
- 저문 강가에서
유하 시인
강은 온몸을 버리면서
그대로 온전한 강을 이룬다
버림과 얻음이
온갖 탄생과 소멸이
갈대의 무심한 휘어짐처럼
한 몸으로 만나는 그곳에서
강은 비로서 은빛의 생애를 관통한다
누군가를 눈시리게 그리워하며
탕진해 버린 세월
문득, 살아온 날의 상처가
돌이킬 수 없이 엎질러진 어둠처럼
허허롭게 만져질 때,
강은 어느새 저문 날의 끝에서
하늘의 목젖을 젖히며 새 살인 듯 일어선다
증오는 그리움의 은비늘이 되어 주고
죽음이 생의 아기미에 깃들어,
막장으로 처음인 강이여
오래오래 강만큼 흘러가 본 자만이
말할 수 있으리라
새의 날개 위에 드리워진 창공의 그물망을
멸절의 끝자리에 움튼
눈물 한 방울의 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