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ꡒ땀흘려 일하고 맘 편하면 그만이죠ꡓ - 고흥자전차포 손세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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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전공한 자천차포 할아버지

 

 당진읍 중교리에는 60년대를 연상케하는 낡고 조악한 점포가 하나 있다. 낮은 처마에 시멘트도 바르지 않은 흙바닥, ꡐ자전차포ꡑ라 쓰인 조그만 나무간판등 어느것 하나 90년대다운 것이 없지만 이곳에서 자전거를 고치는 손세원(65세)씨의 솜씨 만큼은 프로급이다. 40여년동안 갈고 닦은 솜씨이니 그럴 법도 하다.

 폐기된 자전거도 그의 손을 거치면 새 자전거 못지않게 말끔해지고 비록 상표는 없어도 직접 만든 자전거가 공장에서 나온 메이커 자전거보다 수명이 길다고 그는 자부한다.

 그러나 요 근래들어 그의 손은 부쩍 한가해졌다. 예전 같으면 명절전이나 장날에는 기름치고 타이어 갈고 빵꾸 떼우러 오는 손님들로 좁다란 점포가 늘 북적거렸는데 요즈음은 자전거 타는 이가 드물어 하루 만원벌이도 힘들어졌다.

 가끔씩 맘좋은 할아버지라고 공짜로 기름치러 오는 넉살좋은 동네 아이들과 입씨름 벌이는 게 요즈음 그의 일과가 됐다.

 손씨는 서울서 대학까지 나온 인텔리다. 고향인 고대에는 땅도 꽤 많았는데 하루아침에 사기를 당해 다 날려버리고 당장 먹고 사는 일이 급한 나머지 이 일을 배우게 됐다.

 7남매를 둔 가장으로서 여유가 있을 수 없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손씨는 대외활동을 많이 했다. 50년대에 당진 대학생회 회장으로 계몽사업을 벌였었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설립된 당진학사에서 사무장으로 일한 적도 있다. 자유당때 잠시 정치권에 몸담았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그에겐 배운 것 만큼의 관운이나 재산운은 따라주질 않았다. 환갑이 넘도록 집한칸 마련 못하고 궁색해진 이유를 그는 ꡐ내것 먼저 챙기지 못했기 때문ꡑ이라고만 말할 뿐 구구절절히 살아온 내력을 밝히지 않는다.

 손씨는 스스로를 인생의 낙오자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극서은 정치인으로, 학자로 저마다 제 위치를 굳히고 있는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의 얘기일 뿐이다.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왔다가는 수많은 보통사람들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서러울 것도 없단다. 그리고 후회하지도 않는다. 반백의 머리에 기름때 묻은 손, 월세방 하나가 전부이지만 ꡐ남의 집에 살아도 맘만 편하면 제일이고 노는 것보다 땀흘려 일하고 고달프게 잠자야 기쁘다ꡑ는 소박한 생활신조만은 잃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명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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