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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18 13:5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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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타향살이 끝에 얻은 제2의 고향-삼성전자 당진총대리점 김억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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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ꡒ고향이 어딥니까?ꡓ

 첫대면하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말중에 이 물음은 빠지지 않는다. 공통분모 한가지라도 찾아질 때 훨씬 관계는 수월해지고 대화도 풍성해지며 우리 한국인에겐 같은 고향 사람이라는 사실만큼 믿음가는 요소도 없기 때문이다.

 당진버스터미널 앞에서 가전제품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억(49세)씨는 그런 의미에서 외로운 사람이었다. 15년전 낙동강가에 위치한 아름다운 고향을 떠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당진에 와서 장사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때만 해도 같은 영남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인맥과 지연, 학연이 무엇보다 중요한 지역에서 외지인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김씨가 사업을 하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된것은 바로 빠르고 억센 경상도 사투리였다. 조금만 목소리를 높여도 싸움하는 것 같은 경상도 말투를 충청도 양반(?)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사귀어 놓고 보면 그도 ꡐ부드러운 남자ꡑ였지만 사귀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사투리 때문에 힘들었다.

 그래서 김씨는 낮고 느린 말투를 배우기 시작했다. 결국은 경상도 말과 충청도 말이 섞이다 보니 호남말투가 되어버려 전라도가 고향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가전제품 대리점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고향에 내려가 살 궁리에 집도 사 놓지 않았었다. 그러나 자식들에게 그의 고향은 이미 타향이었고 이런저런 사연으로 연을 맺은 많은 사람들을 뒤로하고 고향에 가 새로운 일을 벌이기엔 쉰을 넘보는 나이로는 무리였다.

 어차피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 바에야 그는 확실한 이곳 사람이 되기로 했다. 지역봉사단체에도 가입했고 행사가 있으면 후원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 여름에는 심장병 어린이돕기 자선공연을 유치해 주민들의 훈훈한 인정의 손길을 모으기도 했다.

 제2의 고향이라는 말이 있다. 나고 자란 본래의 고향이 항상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가슴으로 와 닿는 끈끈한 존재라면 제2의 고향은 수많은 사람들과 얼키고 설켜가며 자신의 땀과 살점을 묻은 곳이어서 더 소중할지도 모른다.

 지긋이 나이가 들면 김씨는 제2의 고향 당진에서 조그만 농장을 차리는 것이 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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