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ꡒ잠자다 편안하게 눈감는 게 복이지ꡓ - 당진읍 남산리 이민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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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탁 할아버지의 외로운 세밑

 

 남산 밑, 주인도 없는 허름한 집의 방 한칸에서 살고 있는 이민월(75세) 할아버지는 그날 하루를 사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무의탁 노인이다.

 이불 밑으로 손을 디밀어 봐주는 자식도, 조석을 걱정해주는 할머니도 없는 할아버지에겐 어느틈엔가 닥쳐온 겨울이 벌써부터 지긋지긋하기만 하다. 연탄가스가 새어 들어와 반쯤 찢어놓은 문풍지 사이로 찬 바람이 밀어 닥치고 몇년전부터 숨이 가쁜 병이 있어 보일러도 안된 구들장 밑으로 연탄 밀어 넣는 일이 큰 일거리다.

 거택보호자인 할아버지의 한달 생활비는 7만2천원. 연탄값, 쌀값으로 나가는 돈이 제일 크고 공과금, 약값등도 솔찮다. 그나마 집관리해주는 조건으로 주인이 방세를 받지 않아 간신히 한달 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평택이 고향인 할아버지는 마흔이 되기전 부인과 사별했다. 아들 둘을 낳았었는데 둘다 생후 일주일도 못돼 세상을 떴다.

 운전, 막노동, 농사일, 음식점 주방장등 안해본 일이 없지만 그 당시로선 모두가 뒷날을 보장해주는 직업이 못되었다. 재혼을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할어버지에겐 생애 최고로 기쁜날이 있었다. 젊어서 요리를 가르쳐 주었던 후배들이 푸짐한 환갑상을 차려주었던 날이다. 그때만 해도 행색이 말끔했고 자유롭게 거동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기쁜 날은 다시 없었다.

 제각기 먹고 살기 바쁜 후배들의 발길도 뜸해졌고 몸조차 마음대로 놀릴 수 없게 되자 할아버지는 잠자다 편안히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 유일한 바램이 되고 만 것이다.

 이가 없어 흰죽과 간장으로 떼우는 세끼 식사는 약을 먹기위한 것일 뿐. 오만가지 요리를 다 만들어 보았지만 정작 자신은 먹는 즐거움이 사라진지 오래다.

 할아버지에겐 남은 것이 없다. 험난했던 과거와 병든 몸, 평생을 따라다녔던 외로움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연말이다 명절이다 주위가 떠들썩할 때면 하루종일 썰렁한 방에 누워있어야만 하는 할아버지는 더욱 서글픈 마음만 든다고 한다.

 세밑이다. 가난함을 오로지 무능력 탓으로 돌리는 냉정한 사회와 양지만을 쫓는 우리들의 정신적 불구상태를 한번쯤 돌아볼 때이다.


/이명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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