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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18 13:5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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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악하게만 하지 않으면 잘살게 되죠”-당진읍 은혜슈퍼 윤용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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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진읍내 이교다리 입구 도로옆에 있는 은혜슈퍼는 오래전부터 당진에서 가장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24시간 편의점의 원조격이랄 수 있는데 밤늦게 간식을 사거나 늦은 술자리 안주거리가 아쉬운 이들에겐 늘 반가운 슈퍼이다.
 새벽 3시까지 이 슈퍼를 지키고 있는 주인 윤용구(48세)씨. 아내와 함께 2년째 슈퍼를 운영해온 그는 사람좋은 인상에 언제가도 친절하게 손님을 맞는다.
 윤씨는 요즈음에 와서야 비로소 맘편케 지내고 있다. 자릴잡고 장사를 시작한 지 2년, 늦게까지 가게를 보는 일에도 이젠 익숙해졌고 매출도 괜찮은 편이다. 그리고 긴긴 셋방살이를 청산하고 머지않아 새아파트로 입주하게 된다. 고생끝에 누리는 행복의 참맛을 쉰을 눈앞에 두고 맛보고 있는 셈이다.
 윤씨는 서울이 고향이다. 남대문에서 제법 이름있는 금은방을 했었는데 어쩌다 실패하고 말았다. 호구지책으로 사우디 건설현장에 나가 2년을 일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당진에 온건 10년전. 하나뿐인 외동딸을 부모님께 맡기고 생전 듣지도 와 보지도 않았던 당진에 와 시장오거리에서 과일 노점상을 했다. 꼬박 8년동안이었다.
 몸고생도 고생이었지만 무엇보다 맘고생이 심했다. 아는 사람도 없어 외로웠고 과일장사가 전망이 확실한 일도 아었고, 한동안 심한 방황을 했다.
 그러나 다행히 생활력 강하고 사리판단이 분명한 아내가 곁에 있었기에 어려운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다.
 빈손으로 시작해 풍족하진 않지만 이만큼 이뤄놓게된 것도 윤씨는 모두 아내의 덕으로 돌린다. 그리고 ‘남에게 악하게만 하지 않으면 잘살게 된다’는 믿음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란다.
 윤씨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딸한테서 처음으로 ‘서운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웬만큼 형편이 피면 서울로 돌아오길 기대했었는데 엄마, 아빠는 당진에다 집을 구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떨어져 살아온 시간이 훨씬 많지만 좀처럼 내색않고 오히려 고생하는 엄마, 아빠를 걱정해주던 착한 딸이었다.
 그런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을리 없지만 윤씨는 고향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서울로 다시 돌아가고픈 생각은 없단다. 밤장사가 내력인 이 슈퍼를 계속하다가 텃밭딸린 농가 하나 얻어 아내와 함께 조용히 노후를 보내는 것이 그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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