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읍 시장안에서 그릇집을 운영하고 있는 강윤재(43세)씨는 며칠전 10여년간 열성적으로 활동해왔던 한 청년모임에서 전역했다. 새파란 후배들에게 전역패를 받으면서 그는 비로소 자신이 불혹의 문턱을 넘어섰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음은 늘 30대 청년이지만 이젠 한발짝 물러서서 똑똑하고 추진력있는 후배들을 지켜보는 일이 더 어울릴 나이가 된것이다.
사업과 가정도 안정궤도에 올랐다. 빈손으로 서산 터미널에서 구멍가게를 시작했던 시절의 고생이 밑거름이 되어 고향에 와 지금의 그릇집을 차렸고 얼마전 제법 큰 아파트에 입주했다. 강씨는 여기저기에 아쉬운 소리 하지않고 이만큼 홀로 선 것에 크나큰 자부심을 느낀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자신보다 어려운 주위를 돌아보려 노력했다.
강씨는 당진청년협의회와 당진청년회의소 회장을 지내는등 사회활동에 남다른 열의를 보여왔다.
돈을 모으려면 외지에서 사업해야 한다는 말이있다. 이것저것 걸리는 게 없고, 좀 인색하게 굴어도 대놓고 나무랄 사람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강씨는 상대가 누구이든, 맘 툭 터놓고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
몸담고 있는 친목회만도 예닐곱개. 끈끈한 정을 주고 받으며 얼크러져 살아가는게 고향에서나 맛을 볼 수 있는 ‘사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
병석에 계신 어머님이 건강을 되찾고 학교에 다니는 큰딸과 아들녀석이 남도 아낄줄 알면서 착하게 자라는 게 강씨의 신년소망이다. 그리고 9남매의 넷째아들에게 시집와 맏며느리 노릇까지 해준 아내에게도 다감한 남편이 되고자 한다.
/이명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