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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하 옹은 글씨 쓰는 부처

 합덕읍 도곡리에 사는 윤세하씨(82세)의 삶은 ‘글씨쓰기’로   보내온 외길인 생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방안에 들어앉아 한획 한획 정성들여 글씨를 써나가기 시작한 지 어느덧 30여년.
 주위에서는 이런 윤옹을 ‘둘도 없는 국보’ ‘글씨 쓰는 부처’라고 부르기를 서슴치 않는다. 그도 그럴듯이 윤옹은 지금까지 줄곧 어렵고 까다로운 불교경전을 옮겨 쓰는 일을 해왔다. 때에 따라서는 일일이 뜻과 음까지 새겨 스님들이 독송하기 쉽도록 보이지 않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획도 원본과 다르지 않게 하기 위해 글씨쓰기에 들여야 하는 정성은 가히 ‘도 닦는 경지’와 다름이 없다.
 기자가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에도 윤옹은 책상위에 한지를 가지런히 놓고 가느다란 붓으로 경전의 일부를 옮겨쓰고 있었다. 여든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정정해보이는 손매와 얼굴, 마음을 잘 가다듬은 데서 비롯되었을 법한 은은한 외모에서 오히려 예사롭지 않은 젊음이 보였다.
 도곡리에 태어나 나이 오십줄에 다시 고향에 내려온 윤옹은 2백년만에 10대조, 11대조 조상의 비를 찾아 비문을 쓰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글쓰는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공적으로건 사적으로건 글쓰는 일이 필요한 사람은 ‘윤세하’를 찾았다.
 거기다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윤옹의 작업은 경전을 옮겨서 급하고 해석하는 일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가 작년 2월까지 법화삼구경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새벽 4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하기를 꼬박 3년이 걸렸다. 글씨는 ‘운’까지 합쳐 모두 15만자. 도 닦는 마음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윤옹이 쓴 이 경전은 법화사에서 고양시 원당에 짓는 좧세계평화 불사리 탑좩속에 넣도록 되어있다.
 작년말에는 좧불설장수멸죄호제동자다라니경좩을 번역해 3판까지 찍어냈다.
 윤옹은 ‘부처님께 바치는 마음으로 한자마다 성심성의를 다한다’며 ‘죽을때까지 이일을 하겠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윤옹은 현재 5남매를 모두 여의고 도곡리 271번지에서 회혼을 넘긴 부인 이종누(80세) 여사와 조용한 가운데 여생을 보내고 있다. 
  /김태숙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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