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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인’자 새기며 4대가족 화목 이뤄-당진향교 이재룡 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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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학에 나오는 얘기 한토막. 아홉세대 수백의 가족이 한집에 살면서도 화목한 한 가정이 있었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임금님이 하루는 그 비결을 물었다. 가장은 아무말없이 참을 ‘인’자 백자를 써 임금께 올렸다.
 당진향교 이재룡(69세) 전교는 한평생 가슴에 참을 ‘인’자를 새기며 수대째 내려온 유교집안의 장손으로, 가장으로, 근엄한 아버지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고 살아온 선비이다.
 백수를 앞두고 계신 부친과 큰아들 내외, 세명의 손주들까지 4대가 함께 살고 있는 그의 가족은 주위 사람들이 ‘용하다’고 말할 정도로 화목하다. 핏줄로 이어진 가족일지라도 물화되고 형식화된 세태속에서 잦은 갈등을 빚기 마련이고 보면 4대가 함께 산다는 사실 자체도 신기해 보이는 요즈음이다. 그러나 그의 가족은 내리사랑과 거슬러 사랑의 조화, 근본을 지키는 유교사상이 자연스럽게 화목을 지키는 기둥이 되고 있다.
 이재룡 전교는 아직도 부친의 잠자리를 손수 펴드리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예를 갖춰 아침문안을 드리고 있다. 형식에 그치는 행동이 아니다. 세상의 괴로움과 즐거움을 익힐 수 있도록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를 정성껏 보살피는 것이 자식된 도리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을 보살피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그리고 자신이 몸소 효를 실천할 때 자식들도 따라하기 마련인 것이다.
 이재룡 전교는 열아홉살 때까지 부친께 회초리를 맞았다. 고조할머님 제삿날에 친구들과 어울리다 늦게 귀가한 죄였다. 나의 즐거움보다 나를 있게 한 조상을 먼저 생각하는 겸손함과 절제의 미덕을 매운 회초리를 통해 배운 것이다. 그 역시 그렇게 자식을 키웠다.
 그른 일은 엄하게 다스렸고, 잘한 일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윗사람이 윗사람으로서의 본보기를 보이고 내욕심보다는 부모를, 자식을, 형제를 먼저 위하는 희생과 인내가 따를 때 화목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라고 이재룡 전교는 말한다.
 이젠 그도 고희가 낼모레다. 장주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버님과 잠자리를 함께해왔지만 아버님 앞에서 불편해진 몸을 뉠 수 없어 부득이 문을 닫고 있어야 하는게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까지 층층시하 윗어른을 모시고 있으면서도 불평않고 지내는 큰아들 내외가, 집안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문화속에서 지내야 하는 손주녀석들이 어쩌면 갈등을 겪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는 가문의 전통과  어른을 공경하는 우리고유의 양속만큼은 계속 이어져 나가길 바라고 있는다. 비록 이후를 장담할 수 없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명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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