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끈기로 일궈 온 ‘열쇠인생’ 10년 - 당진읍 시장열쇠 정승만 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장오거리에 위치한 ‘시장열쇠’는 당진에서 가장 오래된 열쇠가게이다. 목이 좋은 편인데다 유별스런 홍보작전(?)으로 웬만한 집 현관문에는 어김없이 붙어있는 스티커가 기억돼 찾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리고 처음 본사람에게도 외상주는 일을 마다 하지않는 이 가게주인의 인정이 또 사람을 끌어 모은다.
 정승만(35세)씨. 올해로 당진에서 10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 정씨는 오랫동안 숙련된 기술에다 남을 믿기 잘하는 선한 품성을 지닌 사람이다.
 출장수리가 많아 단 하루도 편안한 잠자리가 허락되지 않는 고된 직업이지만 정씨는 벌써부터 이 일을 천직이라 여겼다. 사립문 시절로 되돌아가지 않는 한 전망 밝은 사업이고 자신의 성격과도 비교적 잘 맞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일거리를 만나면 며칠을 붙잡고 씨름해야하는 이 일은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보고야 마는 고집스러움이 없으면 해낼 수가 없다. 정씨는 끈기에 있어서 만큼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이것은 그가 4년 동안 혼자서 이 기술을 익혀왔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전남 보성이 고향인 정씨는 열다섯살 때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 생각만해도 그렁그렁 눈물이 맺힐만큼 진한 고생을 맛보며 살아왔다. 몸까지 편치않아 한 직장에 머물지 못하고 바닥생활을 전전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 일을 접하게 됐다.
 평택에 있는 시장에서 카셋트 테이프 장사를 할 때였는데 바로 옆자리에 열쇠 깎는 일을 하던 사람이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이라 괜찮겠다 싶어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교습비로 한달에 200만원을 부르더란다. ‘아니꼽고 치사해’ 당장 가지고 있던 돈을 몽땅 털어 기계를 사다가 혼자 기술을 익혀갔다. 10분이면 깎을 수 있는 열쇠를 새벽 닭 울때까지 붙잡고 있길 수없이 했다. 그렇게 꼬박 4년을 투자했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한가지 일을 갖고 정착하고 싶은 욕심에 꿋꿋하게 힘든 시간을 버텨냈던 것이다.
 당진에 와서 드디어 자릴잡았고 어렵게 익힌 기술인만큼 능력을 인정받아 수입도 짭짤해졌다.
 24시간 대기중이어야 한다는 것이 한없이 답답할 때도 많다. 특별히 제작된 금고나 외제차등 베테랑인 그도 몇시간에 걸쳐 비지땀을 흘리며 열쇠를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1시간이 10년처럼 느껴지고  ‘이러다 제명에 못살지’싶을만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해결이 되면 일순간에 모두 잊고 백프로 만족스런 일은 세상에 없을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직업을 떠나서 그래도 자신은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겐 구원자나 다름없는 존재아닌가. 슬쩍 어깨가 으쓱해질 때 새록새록 살맛이 나기도 하는 것이다.
 꽃같은 아내가 항상 곁에 있고 두 아이들까지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니 더이상 바라는 게 무리한 욕심일지도 모른다.

/이명자 기자/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