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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이 아쉬운 고달픈 ‘수퍼우먼’ - 송산면 근로자 이연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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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 큰 사람치고 솔직하지 않은 이가 없다고 했다. 나긋나긋한 멋은 없어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금새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 송산에 사는 근로자 이연선(39세, 삼월리)씨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씨는 참 바쁘게 살아간다. 타이틀이 많기 때문이다. 시부모님을 모시는 방앗간집 큰며느리이고, 초쪾중쪾고등학교에 다니는 세아이를 둔 엄마이고, 학교급식봉사에 나가지 못해 다른 자모들에게 미안해 해야하는 학부모이다. 물론 아내라는 이름도 있다. 2년전부터는 근로자 뺏지까지 달았다. 그래서 이씨는 하루는 24시간을 풀가동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새벽 5시면 일어나 일곱식구의 아침상을 차려야 하고, 도시락 싸 애들 내보내고, 설겆이에 청소, 텃밭이라도 둘러볼라치면 8시, 출근시간이 다 된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8시간을 로봇용접기와 씨름하다가 퇴근하면 ‘당연히 네일 아니냐’는 듯 쌓여있는 빨래에 저녁찬거리 걱정등등 잠시도 쉴틈이 없다. 게다가 추수기 때는 방앗간 일도 만만치가 않다. 체구는 작아도 타고난 ‘깡다구’가 있어 그나마 버텨온 듯 싶다.
 그러나 직장에 다니고부터 이씨는 마음고생까지 해야했다. 서툰 솜씨에 불량 하나라도 생기면 따가운 눈총을 감수해야 했고, 인간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느낄만큼 허술한 작업환경에 예사롭게 뒤집어 쓰는 반말들, 가뿐한 월급봉투등. 공부할 날이 창창한 아이들만 아니었어도, 다른 사람의 소개로 입사하지만 않았어도 미련없이 그만 두었을 것이다.
 입사 두달만에 손가락 뼈가 부서지는 부상을 입고서 이씨는 이상한 오기가 생겼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이 직장에서 끝을 내야겠다는 비장한 각오였다.
 이씨는 얼마전 그 많은 이름에 또 하나의 이름을 보탰다. 노조여성부장. 일주일간 일 안하고 싸워서 얻은 이름이기에 어떻게 하면 열일곱명의 여직원들을 대표해 이름값을 제대로 할까 궁리하느라 이씨의 하루는 더 짧아졌다.
 그래도 이젠 일개 아줌마가 아닌 노조라는 큰 덩치로 하고 싶은 말 하게 된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
 희망이 있기에 요즈음 이씨는 회사에 나가는 것이 즐겁다. 비록 가사일에 직장일, 농사일까지 모두 다 잘해야 한다는 요구들이 하루 24시간이 아쉬운 ‘수퍼우먼’이씨를 여전히 고달프게 하지만...
/이명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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