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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퍼주고 되로 받는 정깊은 인생 - 합덕읍 좧블랙산장좩 박종순(57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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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순(57세)씨는 요사이 딸 소영(26세)씨의 혼사를 앞두고 부쩍 야위었다. 좋은 일 앞두고 웬 청승이냐고 할테지만 어느새 훌쩍 어른이 돼 시집가는 딸이 대견도 하고 어린나이에 맘고생을 많이 하다 시집가는 딸에게 걷잡을 수 없이 미안도 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사인 통 잠도 못이루고 밥도 먹히지 않는다.
 돌아보면 10여년 세월이 어찌 흘렀는가 싶다. 누군들 나이 오십줄에 자기생에 대해 유별난 감회를 갖지 않겠는가마는 하마터면 10년전에 사라질 뻔 했던 인생을 ‘덤으로’ 살아온 박씨처럼 감회가 특별한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아찔한 83년 ‘복’사건. 당시 박씨는 수정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귀한 손님들 대접한다고 끓인 복국을 먹고 자신과 주방아줌마 둘, 학교 선생님등 9명이 병원에 입원하고 끝내 아줌마 둘은 저승으로 먼저 간 이 사건은 그녀로 하여금 인생의 남달리 쓰디쓴 맛을 겪으며 세상을 달관할 수 있는 지혜와 영감을 갖게 해주었다.
 좧강인한 투지와 생활력, 그러면서도 한없이 줄줄아는 진실한 정좩은 작달만한 키의 박종순씨에게 붙은 트레이드 마크다. 오래전부터 그녀는 근처 하숙생을 친자식처럼 돌보는 누님으로, 아줌마로, 남의 딱한 사정을 외면 못하는 정많은 이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살아있다는 사실이 힘겨웠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사고 당시 산소마스크를 떼고 다른 아줌마들과 함께 저승길에 올랐다가 기적적으로 소생한 박씨는 연로한 남편과 두남매, 문닫은 가게, 두 사망자에 대한 피해보상, 이어지는 재판등을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온 성치않은 몸으로 혼자 감당하기가 너무 벅찼다.
 그러나 그녀는 해냈다. 한때 돼지장사를 꿈꾸다가 빚더미 위에서 시작한 좧블랙산장좩이 성공한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 같으면 견디기 어려웠을 거예요. 저는 한번 죽었던 몸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다시 얻지 못했을 ‘생’을 ‘덤으로’ 산다는 생각이 박씨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든 것이었다.
 딸 소영이도 순천향대를 졸업하고 아들 건영이도 충남대에 입학시켰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고생뿐인 10년 뒤에도 여전히 주위 신망을 잃지 않았다.
 자주 젖는 눈시울말고는 그 긴 고생에도 해맑음을 유지한 박씨의 표정이 ‘말로 퍼주고 되로 받는’ 인생의 깊이를 헤아리게 한다.
 박씨는 그 배고프고 아프던 시절, 쌀을 아끼려고 제 밥을 하지 않았던 착한 국민학생 딸이 착하고 믿음직한 신랑을 만나 어느새 시집을 간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자랑스러워 잠을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다.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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