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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개떡 한쪽이라도 나누는 게 참신앙이죠 - 초락도리 김기옥(43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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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락도에 사는 김기옥(43세)씨는 남에게 뭐든 잘 퍼주는 인정많은 아줌마로 소문이 나있다. 쑥개떡 한쪽을 찧어도, 바지락 한사발을 캐와도, 동동주 한되를 빚어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이즈음 그 집에 가면 뭐가 있겠구나’ 짐작으로 불쑥 찾아드는 넉살좋은 객들이 유난히 많은 것도 빈손으로 객들을 돌려보내는 적이 없는 김씨의 한결같은 인정 때문이다.
 김씨는 남편과 자그마치 300여마지기의 논을(비록 임대지만) 경작하며 살고 있다. 이쯤이면 농사꾼이라기보다 사장님 소릴 들을 만한 규모이다.
 10여년전 초락도로 이사와 소금밭이던 지금의 논을 경작할 때보다는 그래도 수월한 편이지만 300마지기를 둘이서 감당한다는 것은 누가봐도 초능력에 가깝다. 개방화 시대라고 대규모로 농살 지어야 타산이 맞는다고 해서 한뼘 두뼘 면적을 늘려 나가다 보니 오늘에 이르른 것이다.
 그러나 정작 김씨는 아직까지 한해 순수입이 얼마인지 셈해 본적이 없을만큼 계산에는 무딘 편이다. 그냥 봄이 되면 모를 심고 가을에는 추수할 뿐이다. 그의 이러한 무던함은 평상시 그가 늘 마르지 않는 정을 베풀 수 있는 바탕이기도 하다.
 자신의 것을 떼어줌으로써 되돌아올 다른 무엇을 기대해 인정을 베푸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나눠주는 것 그 자체가 기쁘고 이 세상에 온전한 내것이라고는 없다는 종교적 신앙이 깊게 깔려있기에 삼시세끼 밥을 먹듯 나눠주는 것이 자연스럽게 생활화된 것이다.
 아무리 고달픈 하루였어도 병석에 있는 이웃이 있으면 찾아가 허드렛일이라도 거들고 소풍날 도시락 못 싸오는 동네아이가 있으면 그것마저 챙기고 좀 한가하다 싶으면 꽃동네를 찾고...
 그 흔한 봉사단체 회원은 아니어도 그는 삶속에서 신앙을 실천하고 자신의 일부, 일부를 떼어주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것을 다바쳐 이웃을 돌보는 꽃동네 신부님을 볼 때면 생업에 전전하는 자신이 부끄럽다는 김기옥씨.
 엄청난 일거리에 허덕이며 살아도 여유를 갖고 즐거울 수 있는 것, 이러한 자신의 삶의 원동력은 오로지 하느님의 신앙에서 온다는 그는 물 좋은 산마을에 들어가 지금처럼 그만그만한 이웃들과 호젓하게 사는 것이 꿈이란다.

/이명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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