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일본 정치사의 흥미진진한 뒷얘기.
이긴 자의 기록에서는 볼 수 없는 또다른 진실.
윤성의(심훈문학상 운영위원장)
『노래하는 역사』 이영희/조선일보사
한 6년 전쯤일 것이다. 조선일보에 『노래하는 역사』라는 글이 연재된 일이 있었다. 우연히 읽기 시작하였는데 푹 빠지게 되어 하루 해가 바뀌면 신문을 기다리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읽으면서 열심히 스크랩도 하였는데 어쩌다가 못 읽은 날이면 그날치 신문을 구하느라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던 일이 기억에 새롭다.
연재가 끝나고 얼마 후에 단행본으로 발행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날로 종로서적에 전화로 주문하여 사다가 단숨에 다시 읽기 시작하면 책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역사책에서 읽는 역사란 이긴 자의 기록이지 그 시대 사실 자체의 기록이 아닌 부분이 많다. 역사의 기록자는 당시의 권력자의 눈치를 아니 볼 수가 없고 그러니 당시 집권자의 구린내 나는 곳은 덮어둘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진실은 오히려 역사의 동떨어진 듯한 서책에 숨어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8세기 초에 일본에서 간행된 책 중에 신라의 향가와 비슷한 노래 4,516수를 모아 엮은 만엽집(萬葉集)이란 책이 있는데 일본의 현대어로 풀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책이다. 이 일본어로 풀리지 않는 이야기를 고대 한국어의 일본식 이두로 풀어낸 책이 『노래하는 역사』이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고대의 한․일교류사와 고대 일본 정치사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면사(裏面史), 그리고 그 당시의일본 풍속이 솔솔 풍겨나오는 아주 감칠맛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