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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등급제 논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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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 전교조 당진지회장

 지난 8일 교육부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3개 사립대학이 올해 수시 모집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고교 등급제의 실체가  사실로 드러났다. 고교등급제가 현실임을 확인한 국민들은 계층과 지역으로 갈라져 서로를 공격하고 갈등하고 있다. 교사로서 고교등급제에 대한 이러한 논란을 접하면서 답답하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현재 대학입시 방법은 크게 정시모집과 수시모집으로 이루어진다. 정시모집은 주로 수학능력시험 성적과 고등학교 내신 성적을 반영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변수는 수학능력시험성적이다. 수시모집은 1학기와 2학기 수시모집으로 다시 나뉘어지며 1학기 수시모집은 고등학교 내신 성적과 논술 및 구술시험 등으로 이루어진다. 2학기 수시모집은 1학기 수시모집 방법과 비슷하지만 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일부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정시는 수학능력시험 성적, 수시는 고등학교 내신성적과 논술 등에 의해 입학 전형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불거진 고교등급제 논란은 이중에서 주로 1학기 수시모집과 관련하여 발생한 문제이다. 수시모집은 원래 과거의 일률적인 학력기준에 의해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다양한 개성과 능력을 지닌 학생들을 선발하자는 취지에서 생겨난 제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교에서는 다양한 능력과 개성을 지닌 학생들을 길러내야 하고 대학들은 수시모집의 취지에 맞는 전형 방법을 개발하여야 한다. 하지만 고교와 대학은 이러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고 이번 파동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고교등급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변별력 있는 입시 전형 자료가 없다.',  ‘고교간 학력 격차가 심하다.',  ‘교육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제도이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맞는 얘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교등급제를 그 대안으로 주장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학생 본인의 노력에 따라 학력의 격차가 발생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부모의 경제 능력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이른바 명문대학 합격자들의 부모들에 대하여 분석한 결과 전문직 또는 관리직 분야에 종사하는 부모들의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고교등급제는 이러한 현실에서 그나마 아이의 학력도 아닌 부모의 경제력과 사는 곳에 의해 특정집단 전체를 하나로 뭉뚱그려 제도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다. 더구나 학생들 본인의 학력도 아닌 선배들의 입시결과를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일률적으로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학력등급제가 아니라 지역 및 경제등급제이며 더 나아가 신종 ‘봉건제적 신분제’라고 볼 수 있다.
 고교등급제 주장의 이면에는 교육을 경제적 논리, 시장의 논리로 이해하고 교육을 경쟁력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장지상주의 관점이 내재해 있다. 경쟁의 원리를 교육 분야에 적용해 우수한 인재를 대학이 확보하고,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학생은 상품이 아닌 인간이듯이, 학생을 단지 경쟁력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차제에 교육부가 대학입시에서 고수하고 있는 고교등급제 불가, 기여금입학 불가, 본고사 불가 등 이른바 ‘3不정책’ 모두에 대한 전면 검토와 폐지가 있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 수시모집제도가 몇 년째 시행되면서 내신 부풀리기 및 고교등급제 실시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이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강구한 바가 없다. 교육부의 무사 안일한 태도는 이번에 터져 나온 고교등급제 입시부정에 대한 미온적인 처리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해당 대학들을 엄격히 제재하고 책임자들을 문책해야 함에도 사태를 미봉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시급히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대안 마련은  과거처럼 교육부가 독점하는 형태가 되어서는 별 효용이 없다. 다양한 여론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적인 틀 속에서 마련돼야 한다. 다시 말해 범국민적인 협의기구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 기구를 통해 대학서열체제 완화, 공교육정상화 방안, 농어촌학교 살리기, 학제 개편 등 근본적인 교육문제의 해결을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교육을 교육답게 만들어 나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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