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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5] 억지로 물먹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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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학부형으로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의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이, 삼십 만 원 가량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골지역에서 이런 정도의 부담이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상당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 도중 우연히 학원수강을 했었던 학생들을 조사해보니 제법 그 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그런데도 대부분은 수업의 내용을 이해 못했고 어떤 학생은 들어본 적은 있다고 대답했다.
내가 설명을 어렵게 한 것이 아닌가 싶어 두 번 세 번을 반복했다. 학원수강을 하고도 이해를 못하고 기껏 아이들 하는 말이 ‘들어 본 것 같다’는 대답에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학부모들로서야 아이들을 남들 자녀들처럼 학원이다 과외다 빠질 것 없이 시켜야 뒤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다 시켜보았지만 결과가 생각한 대로 나온 가정이 과연 얼마나 될까?
중요한 것은 학원 그 자체가 실력을 넣어주는 것이 아니고 학생자신이 공부에 필요를 느껴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노력하면 충분히 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교육현장에서 경험한 결론이다. 이는 우리 아이들 중 의·치대 혹은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들의 경우가 이를 증명해준다. 물론 이 중에는 농어촌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도 있지만 수시모집에서 합격한 학생들도 있다. 특목고 학생들과 당당히 겨루어서 합격한 학생들의 경우는 3년 동안 단 며칠간의 명절기간을 제외하곤 거의 매일 학교의 도서관을 이용했던 것이 합격의 비결이었다.
학생 스스로의 의지와 교사의 열정 그리고 교육 방송교재를 포함한 각종 문제집 등의 철저한 예습과 복습, 이것이 주효했다. 교사는 10여년 동안의 각종 모의고사 문제를 복사해서 풀게 함으로써 교사가 보관하고 있는 답안과 일치될 때 까지 반복케 한 것과 학생으로 하여금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억지로 먹일 수 는 없다” 는 속담을 되새길 필요가 있고 남들이 보내니 나도 보낸다 하는 마음으로 자녀의 등을 떠밀다시피 하는 강제적인 방법은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음을 학부모들은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skyhoch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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