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호천의 교사일기 7] 그리운 선생님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년을 맞이하신 이영웅 은사님께!
32년 전 제가 고교 3학년일 때 선생님께서는 고전문학을 재미있게 열성적으로 지도하셨습니다. 항상 유머러스하면서도 카리스마를 지니신 분이셨기에 수업시간은 재미가 있으면서도 약간의 긴장감마저 감도는 수업시간이었음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만큼 선생님의 수업 장악력은 대단하셨습니다.
그러면서도 누구누구 가릴 것 없이 인격적으로 대해 주셨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체 장애를 갖고 있던 제 친구의 담임을 맡으셨을 때였습니다. 그 친구는 학업에 열의를 잃고 장기결석으로 퇴학처리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소식을 듣고 급하게 찾아오신 친구 어머님의 눈물어린 간곡한 호소에 선생님께서는 교장선생님께 모든 책임을 떠안으시는 조건으로 그 친구를 졸업시키셨습니다.
결국 그 친구는 갖은 고생 끝에 30이라는 늦은 나이에 명문대 성악과를 졸업하여 현재 우리나라 유수의 종합예술대학교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또 금년 2월14일 여의도 영선 아트홀에서 있었던 선생님의 정년퇴임 합창공연을 직접 지휘하였는데 그 모습을 보시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이는 선생님의 사랑의 결실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모교의 많은 은사님들도 다 훌륭하십니다만 특히 선생님이 존경스러운 것은 평교사로 정년을 맞으셨다는 점입니다. 직에 연연하지 않으시고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수업을 하셨던 선생님! 또한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학생들의 등록금을 남이 모르게 내어주신 그 선행을 후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몇 해전 서울 지하철안에서 한 광고의 사진 속에 모교의 선생님들 몇 분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유명학원의 유혹도 뿌리치시고 교단을 지키셨습니다.
선생님의 제자사랑과 금전과 사회적 직분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은 이 세상 어떤 교사도 감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선생님이 더욱 크게 보입니다. 선생님의 지순한 심성을 다시 한번 느끼며 선생님과 함께했었던 1972-73년을 행복한 순간으로 가슴속 깊이 새기고 선생님처럼 아니 십분의 일이라도 따라갈 수 있는 교사가 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 선생님은 정년을 맞아 교단을 떠나셨지만 저희 제자들의 가슴속 깊이 영원한 스승으로 자리할 것입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못난 제자가 선생님을 그리워하며 몇자 남겼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앞으로 행복한 가정의 가장으로 멋진 날들만 계속되기를 기원 드립니다.
제자 이호천 올림

-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 skyhochun@hanmail.net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