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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8] 자연스런 감사의 표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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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기억하지 못하는 졸업생들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기쁨보다는 당혹감이 생긴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잘 지도해주신 덕분에 사회생활 잘하고 있습니다. 찾아뵙지 못하고 편지로 연락드리는 것 용서하십시오” 대개 이런 내용들의 편지인데 문제는 관심을 갖고 지도했다고 생각했던 아이들, 속칭 공부깨나 하던 아이들로부터는 별로 그렇게 감사의 편지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해 솔직히 서운한 감이 없지 않으나 나의 지도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하는 반성으로 서운함을 풀어본다.
나는 수업시간 중이나 조회시간에 분위기에 맞게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환기시키는데 예를 들면 조회시간에는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다면...” 이런 가사의 유행가를 불러주면 아이들은 좋아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감사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먼저 아침에 깨어 있음을 감사하는 것은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의 첫째 조건이다. 만약 너희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해 아침을 맞지 못한다면 감사를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는 슬픈 상황을 말함이니 이보다 더 큰 기쁨의 감사가 어디 있겠는가!”하고 감사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수업시간이 끝날 때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수업 잘 들었습니다. 이해가 잘 되네요!” 교사로서 이런 학생들의 말을 들을 때는 기분이 최고가 된다.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충분히 감사해야 할 상황임에도 그냥 무심코 넘기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예를 들면 장학금의 종류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많아졌다. 그 만큼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다고 볼 수도 있는데 문제는 장학금 수혜자들이 얼마나 감사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들 정도로 감사의 표현을 제대로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죽하면 수혜학생들에게 감사의 글을 써 오도록 지도하고 있을 정도이다.
감사의 조건이 생길 때마다 ‘감사합니다’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 또한 여느 과목을 가르치는 일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미래를 살아가면서 감사의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많은 것을 불평보다는 감사의 조건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긍정적인 사고와 감사의 마음이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도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어느 해던가? 흡연을 하다 적발되어 따끔하게 매를 맞은 후 밝은 얼굴로 “선생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할께요. 실망시켜드리는 행동은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던 졸업생이 오늘 따라 더욱 그리워진다.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 skyhoch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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