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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만한 산]설경 제1의 명산 소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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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만한 산

당진신협산악회 회장 박 대 희

설경 제1의 명산 소백산
설한풍 몰아치는 한발 한발 고난의 길
백설이 보석처럼 빛나고 설화 만발하니 여기가 설국인 듯

백두대간 중심부에 우뚝 솟은 “설경 제일의 명산” 소백산(1,439m)은 여름에는 습한 남동풍과 겨울에는 건조하고 차가운 북서풍의 양방향 계절풍을 정면으로 받고 있는 바람이 많은 산이다.
1987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세번째로 큰 면적은 남에서 북으로 9개의 봉우리가 연이어져 있으며 그중 연화봉(1,384m) 비로봉, 국망봉(1,420m)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온 산이 흰눈으로 뒤덮인 산은 부드러움과 아름다운 선으로 연속된 능선을 이루며 종종 여성적인 산의 상징으로 비유된다.
연화봉에서 비로봉을 바라보면 여인의 몸매처럼 늘씬한 주능선의 부드러움과 유연성은 신비감을 더해주는 감탄스러운 산이다.
소백산은 겨울이면 맑은 날씨에도 설화를 볼 수 있으며 거센 찬바람에 잿빛 안개가 몰려오면 나뭇가지에 해맑은 사슴뿔 같은 상고대가 형성되어 설경설화의 낙원을 이룬다.
‘천상의 낙원’이라는 5월과 ‘설경의 제1경’이라는 2월의 소백산은 금강산이나 설악산처럼 대자연의 오묘함이나 하늘을 찌를 듯한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단풍의 조화는 없지만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은 우리와 자연스럽게 접하며 가슴깊이 와닿는 한없는 그윽함과 후덕함, 그리고 부드러움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죽령고개를 넘어 풍기 쪽으로 10분 거리인 표지판을 따라 풍기를 향하는 5번 국도를 버리고 좌측으로 올라가 관리사무소에서 도로 끝나는 지점의 작은 주차장을 지나 돌계단을 200m 오르니 영남 제일의 희방폭포에 도착하였다. 한 겨울에 빙폭이 되면 이것을 보고자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폭포옆 철사다리를 따라 산마루에 올라서니 월인석보의 중간본을 발행한 유서깊은 희방사에 도착하였다. 희방사는 그 명성과 달리 너무 초라해 보이는 암자 정도의 사찰이란 느낌이 든다.
맑은 개울물이 흘러내리는 다리를 지나 가지런히 산길에 깔아놓은 미끄러운 박석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오르니 명산의 실감을 느끼게 하는 소백산의 급경사를 만난다.
풀 한포기 없는 백색 경사진 산록은 봄을 잉태하기 위하여 떨어진 낙엽이 바람에 밀려 흰눈과 함께 군락을 이룬다. 온 힘을 다해 올라가야 할 급경사가 30분 가량 이어지며 손을 내밀면 눈에 닿을 듯 숨이 가빠 가슴이 터질 듯하며 몸속에 땀이 젖을 때, 이윽고 안부에 도착하였다. 잠시 앉아있어도 추위가 몸속으로 파고든다. 숨이 가라앉자 좌측 리본을 따라 출발하였다.
연화봉으로 순조롭게 이어질 듯한 능선길은 이리 틀고 저리 돌아가니 바람은 천문대 쪽에서 세차게 불어온다. 그러나 소백 특유의 바람맛은 아직은 아닌 듯하다.
눈길의 능선은 금방 끝날 듯 하더니 1시간 정도 지난 후 연화봉에 도착하였다. 정상엔 안개를 동반한 상상을 초월한 혹독한 바람이 불며 저 멀리 비로봉은 부드럽게 뻗어 산을 이루며 잿빛 안개 속으로 어렴풋이 보여준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내리막의 길은 아름드리 참나무 숲이 백설의 낙원을 이루며 산 사면의 넓은 대지 위에 고풍스럽게 뻗어나간 나무들은 설화가 만발하니 바람에 떨어지지 않은 이화밭의 낙원을 이룬다.
설한풍 몰아치는 산마루에 꽃잎 머금은 나뭇가지들은 세찬 바람에 하늘을 저어대며 아우성을 지른다. 그리고 마른 풀잎들은 바람따라 갈기가 되어 파도를 이룬다. 얼굴을 들면 숨쉬기조차 힘겨운 설한풍이 몰아치니 한발 한발이 고난의 길이다. 그러나 고개를 들고 주변경관을 바라보면 백설이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며 설화가 만발하니 여기가 설국인 듯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백은 새로운 형상으로 다가오며 내리막을 지나니 등산로 위로 무릎까지 쌓인 눈과 두사람이 겨우 비껴나갈 수 있는 길은 설경의 다채로움을 보여준다.
연화봉을 지나 1,382봉을 돌아서니 잎 떨군 가지에 나뭇잎 대신 소복이 쌓인 눈이 서로 엉겨 ‘설화의 아치를 이루는 진풍경’은 설경 제1경이라는 용어가 실감난다. 봉우리 하나 하나를 지날 때마다 세상은 온통 흰빛이며 내 마음 깊은 곳 한올의 티끌까지도 하얗게 물들인 듯하며 산허리를 휘감아 돌아 갈 때마다 소백은 더욱 새로운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설화는 그 멋을 더해가며 백색 천상의 낙원을 이루니 산은 이제 해무 자욱한 바다와 같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1,395봉 능선길로 접어드니 동쪽 사면에 흰눈이 언덕을 만들어 능선따라 정상으로 이어지며 서면은 세차게 스쳐가는 바람과 얇게 깔린 눈위로 풀잎들이 몸부림치는 황금빛 행렬을 만드니 장관이다.
나무계단을 따라 비로봉에 오르니 온몸은 나무토막처럼 꽁꽁 얼어붙은 느낌이며 시야는 잿빛안개와 휘파람 소리를 내는 바람 뿐. 카메라 셔터를 누르려는 1분도 채 안돼 감각을 잃었으며 이 혹한 추위에 뇌리를 스쳐가는 것은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의 아랫목과 따끈한 오뎅 국물 뿐. 바람을 뒤로 하고 급한 마음으로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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