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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8 1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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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선생님’ 서정초등학교 이을용 교사 - “아이들에게만 최선 다할 수 있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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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승진 앞두고 퇴직, 5년만에 평교사로 복직, 아이들 칭찬편지로 학부모와 소통

“며칠전에 아들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았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의 학교 생활과 지도하시는 방향을 보내 주셨는데 참으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반 아이들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 하셔서 그대로 지도하시는데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선생님의 그 마음을 간직하고 살 아이들을 생각하니 참으로 감사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시대에 이런 선생님이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당진교육청 홈페이지 ‘칭찬합니다’ 코너에 ‘자모’라는 아이디로 올라온 글이다. 비록 짤막한 글이었지만 소박하고 진심이 담긴 표현에서 선생님에 대한 학부형의 고마운 마음이 절절히 묻어있었다. 이 칭찬글의 주인공은 바로 신평 서정초등학교의 이을용 교사다.

“예, 이을용입니다”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 첫 번째 예상이 빗나갔고 곧 두 번째 예상도 빗나갔다. 학부형들에게 일일이 편지까지 써주시는 것을 보니 아이들과 교육에 대한 신심이 가득한 20대 새내기 선생님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이을용 교사는 올해로 교직생활 32년차인 50대 중반의 복직교사였다.
73년도 교직에 첫 발을 들여놓은 이래 30년을 근무한 뒤 건강문제로 교감승진을 코앞에 두고 퇴임했다가 퇴임 5년만인 지난 2003년도 다시 교원임용시험을 치르고 복직해 서정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정말 감사하지요. 저에게 이런 기회가 다시 주어진 것이요. 어디서 이런 아줌마 선생님을 받아주겠어요? 할머니 소리나 안들으면 그나마 다행이게요?”
올겨울의 대미를 장식하려는 듯 입춘이 지나자마자 쏟아진 흰눈이 온 세상을 덮었던 7일, 순성면 도로변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을용 교사는 지금 자신이 처한 환경과 일에 정말로 감사하고 있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이들과 교단에서 중년의 한 세월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는 행복해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 자신의 작은 관심 하나에 반응을 보여주는 학부모들과 가장 깨끗한 교실을 가꾸고 가장 부지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3학년 2반 33명의 악동들이 있으니 이교사는 분명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였다.

친구도와줄때 상점, 왕따시킬때 벌점
서정초등학교 3학년 2반 학부형들은 1년에 몇차례씩 담임선생님의 편지를 받는다. 이 교사가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상벌제에 따른 것이다. 이 교사는 매일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상점과 벌점을 매겨준다.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도왔거나 휴지를 주웠거나 귀감이 되는 일을 했을때마다 상점을 주고 점수가 20점이 되면 아이의 부모님에게 칭찬편지를 써 준다. 그리고 90점이 넘으면 작은 선물을 주기도 한다. 상점과 벌점을 가르는 기준은 성적이 아니다. 인성이다. 그래서 친구를 도와 주었을 때 가장 많은 점수를 주고 친구를 왕따시켰을때 가장 큰 벌점을 준다. 공부는 철들어 해도 늦지 않지만 인성이 바르지 않게 키워진 아이들은 사회에 큰 해를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공부보다는 마음이 크고 생각이 바른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이교사의 목표다. 그래서 신문 사회면에 실리는 청소년 범죄기사를 보면 아직도 자신의 책임인양 가슴이 아프다는 그다.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함께 모시고 사는 사연
이을용 교사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공인중개사인 남편이 쓰던 부동산 사무실이다. 지금 남편은 이곳이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거래가 끊겨 다른 곳으로 가 있고 살림집처럼 꾸며진 이 사무실엔 이교사와 팔순을 넘긴 두 어르신이 함께 살고 있다.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두 분을 함께 모시고 있는 것이다. 남편이 다른곳으로 가면서 혼자 생활하기 적적해 시어머님을 모셔왔고 작년 9월엔 자신을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친정어머니까지 모셔왔다. 두분 다 거동이 불편한 몸이시다.
“처음엔 서로 어색해 하시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의지하면서 지내시네요. 사실 모시고 있다기보다는 제가 의지하며 살고 있는 것이죠. 앞으로 얼마나 더 사실지 모르는데 친정어머니와는 단 몇 년간만이라도 살부대끼며 함께 살수 있게 된 것이 복이라고 생각해요. 어르신들에게 특별히 해드리는 것은 없어요. 마음이 편한 곳에 계시도록 해드리는 것 뿐이죠.”
‘효’를 아는 아이들은 모든 생활에서 모범인 모습을 보아왔다는 이 교사는 ‘효’교육은 말로하는 것이 아닌 손윗사람이 몸소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이 교사는 퇴직을 하기 전 교감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큰 수술을 받고 더 이상 교단에 설 수 없어 마지못해 퇴직을 했었다는 이 교사는 사실 그때는 아이들에게는 최선을 다하지 못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승진을 앞두고는 해야 할 일들이 굉장히 많아요. 수업시간이 6시간이라면 3시간은 제 일을 해야했죠. 그런데 지금은 복직교사이기 때문에 저에게 주어지는 잡무가 없답니다. 오로지 아이들에게만 신경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거죠.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자신이 떠나있던 5년 사이 너무나 많이 바뀐 교육환경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지만 평교사로 다시 돌아온 교단이 아이들에게만 최선을 다할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하다는 이 교사는 천생 선생님이었다.
“달리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한해 한해 새로 만나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요.학부모님들께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초등학교시절엔 많이 놀게 해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영악한 아이보다는 천진하고 맑은 아이가 사회에 꼭 필요한 인물이 되는 것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리고 가정에서 보여지는 아이모습과 학교에서 보여지는 아이모습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주셨으면 좋겠구요. 부모님께서 교사를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도 교사의 가르침을 따르게 되니까요.”

 

사랑의 편지 릴레이 ̄ ̄ ̄ ̄ ̄ ̄ ̄ ̄ ̄ ̄ ̄ ̄ ̄ ̄♡

득규 아버님, 어머님 보세요.

봄인 듯 하면, 또 쌀쌀해지고, 추운 듯 하여 옷깃을 여미면, 또 포근한 바람이 불어 한동안 계절의 오고 감을 헷갈리게 하는 것이 요즈음의 봄 풍경 인 듯싶더니, 봄이라 느끼기도 전에 이제는 한여름의 무더위를 방불케 하는 더위가 아름다운 봄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간 듯 합니다.
새 학년을 맞아 득규가 새생활에 빨리 적응 할 수 있도록 관심가져 주시고 보살펴 주신 덕분으로 득규가 3학년 생활을 기운차고 활발하게 하고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특히 득규가 맑고 고운 심성으로 밝게 학교생활을 해 나가는 것을 보면 득규 부모님께서 득규에게 세세한 관심 가져 주시고 뒷바라지 해 주신 덕분이라 생각되어 담임으로써 감사의 말씀 진심으로 올립니다. �
 우리 3학년 2반 어린이들과 약속하기를 상점을 20점 이상 받으면 부모님께 제가 칭찬의 편지를 써 주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반에서 약속을 정하여 실천한지 한달 남짓 정도 밖에 안 지났는데도 벌써 득규가 상점을 20점 이상 받았기에 약속대로 부모님께 칭찬의 편지를 드립니다.
이 편지 보시고 우리 밝고 순수하며 열심히 노력하는 득규에게 아주 많~~은 칭찬 있으시기 바랍니다.
공부에 열중하지 않고, 친구들과 가끔 다툼이 있어서 담임 속을 철렁 내려앉게 하는 개구쟁이 이긴 하지만 기죽지 않고 활발하게 학교생활 하는 득규를 보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앞으로 득규와의 생활이 득규에게 큰 의미로 남는 보람된 한 해가 되도록 담임으로써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
여러 가지로 학급 일에 관심 가져 주시고, 도움 주시는 득규 부모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올리며, 변덕맞은 봄 철 날씨에 건강 주의하시고, 행복하소서.
2005. 05. 09

광진이 담임선생님께

 꽃향기 가득한 5월 계절에 광진 담임선생님께 감사의 편지 글을 올립니다.
 지난 어느 날에 저는 세상에서 가장 황홀하고도 감사한 편지글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광진 담임선생님으로부터의 글이었습니다. 세상에 요즘도 이런 선생님이 계시다니 집사람과 저는 세상에나 ! 감탄사가 절로 나와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흥분했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말이지만 저는 어린 날에 참으로 꿈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보니 그냥 성실히는 살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리 화려한 삶을 살지 못하고 어느덧 불혹의 나이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혜진과 광진 남매이지요. 그러므로 내 모든 것을 걸고 슬하의 아이들이 하고 싶다는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습니다.
 본인은 어린 날에 하고 싶었던 일을 집안 형편상 못했던 것이 많이 있었습니다.
 핵심은 좋은 아버지를 만나는 것은 나의 운명이지만 훌륭한 아빠가 되는 것은 나의 노력이기에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인가 합니다.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약 3개월간의 광진 담임선생님을 먼발치에서 지켜 본 결과 참으로 훌륭한 분 같습니다. 분명 광진이는 운명적으로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기 보다는 차라리 좋은 스승님을 만났다고 칭송 아닌 솔직한 저의 심정을 말씀드리고 십습니다.
 언제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질녘 바닷가 마을 조용한 찻집에서 가볍고도 담백한 차 한 잔 사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부족한 저의 아들 녀석 많은 당근과 채찍을 감히 부탁드리며 급히 줄입니다.
건강하시기를 기도드리며 ……
2005년 신록이 누리 저 멀리 가득한 5월 어느 날
광진아빠 장길봉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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