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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장 담그는 '자연마을' 사람들 - 장독대에 봄이오면.. 옹기속 된장 고추장도 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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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마을’은 당진읍 시곡리에 있는 전통 장 제조장이다. 대표 김은호(맨오른쪽)씨와 함께 일하는 동네 아주머니들

 봄 햇살이 가득 내린 3월 15일 오전. 당진읍 시곡리에 있는 ‘자연마을’에서는 장 담그기가 한창이었다. 장 담그는 손맛이 남다르다고 소문이 난 주인 김은호와 하루 일손을 빌려줄 동네 아주머니들의 움직임이 아침나절부터 부산하다. 게다가 오늘은 고추장도 담가야 한다.
 ‘자연마을’은 송악면 가학리가 고향인 김은호씨가 4년전, 당진읍 시곡리에 터를 잡고 운영해오고 있는 전통 장 제조장이다. 이곳에서는 옛 조상들이 해왔던 고유의 방식으로 된장과 고추장, 간장을 만들어 기업체와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를 한다. 주재료인 콩은 국산 햅콩만을 쓰고 고추를 하나하나 닦아서 사용하는 청결함이 김씨가 소개하는 ‘자연마을’제품의 자랑거리다.

 옛 조상들에게 ‘장’은 1년 열두달 두고 먹을 수 있는 천연조미료였다. 그래서 장맛이 없으면 1년 동안 그 집의 음식맛도 없었다. 그래서 조상들은 장을 담글 때 정성에 정성을 들였다. 혼인날을 택하듯 장 담그는 날도 택일을 했다.
 장은 그 담그는 시기에 따라 정월에 담그는 정월장, 2월에 담그는 이월장, 4월에 담그는 사월장이 있다. 그중 음력 정월에 담그는 장을 최고로 친다. 정월장은 추위가 덜 풀렸을때 담그기 때문에 소금이 덜 들어가고 오랜기간 동안 숙성을 시키기 때문이다. 

 된장은 메주를 만드는데서 출발한다. 메주는 음력 동지에 쑤는 것이 좋다고 한다. 논밭 추수를 끝내고 메주를 띄우기에 적당한 날씨가 그 즈음이기 때문이다. 수확한 콩을 깨끗이 씻어 하루를 불린 뒤 가마솥에 4시간 이상을 푹 삶아낸 후 찧어서 메주성형을 한다. 하루를 말린 뒤 볏짚으로 얽어서 공중에 매달아 겨울을 난다. 그리고 이듬해 곰팡이가 핀 메주를 깨끗이 씻어 따뜻한 햇빛에 말린 뒤 항아리에 넣어 소금물을 붓고 40일 이상을 숙성시킨다. 숙성시킨 메주를 꺼내어 손으로 으깬 뒤 항아리에 넣으면 된장이 완성되는데 제대로 된 장맛을 보려면 2년 이상 기다리는 것이 좋다. 그래야 어설픈 맛이 가시고 깊은 맛이 우러난다.

 고추장은 맛의 혼합예술이다. 콩으로부터 얻어지는 구수한 맛, 찹쌀과 엿기름에서 얻어지는 단맛, 고춧가루로부터 얻어지는 매운 맛, 그리고 소금과 간장에서 얻는 짠맛이 조화를 이룬,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조미료이자 기호식품이다.
 고추장은 주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찹쌀 고추장, 밀가루 고추장, 보리고추장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단맛이 많은 찹쌀 고추장이 으뜸이다.
 찹쌀 고추장은 보리싹을 틔워 엿기름을 만드는 작업으로 시작한다. 엿기름을 빻워서 뿌연 쌀뜨물같은 엿기름물을 만든 다음 찹쌀 가루를 넣어 5시간 동안 불에 삭힌다. 그러면 마치 식혜처럼 달고 구수한 액체가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고춧가루와 메줏가루, 소금을 넣어 버무려 1년간 숙성을 시키면 제대로 된 찹쌀고추장 맛을 볼 수 있다. 가장 까다로운 작업은 메줏가루를 만드는 일. 메줏가루를 얻기 위해선 떡메주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데 콩과 쌀을 함께 삶아 40도 이상의 뜨거운 구들장에서 일주일 이상을 띄워야 하기 때문이다.
 대량생산되는 된장 고추장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소비자들의 감각적인 입맛에 맞추기만 하면 된다. 인스턴트 장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이윤추구에 확실하게 부응하는 재료는 바로 엿과 방부제이다.
 그러나 패스트푸드의 편리함과 빠름에 익숙해진 요즘 사람들에겐 ‘슬로우푸드’인 전통장의 재료는 정성과 인내다.
자연마을(011-245-3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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