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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56] 장모님의 큰며느리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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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팔순이신 장모님께서 며칠 전부터 집에 와 계신다. 당뇨 때문에 치과 치료를 못 받으셔서 치아는 달랑 하나만 있으시다. 장모님은 항상 밝으시고 말씀하시길 좋아하신다. 어제도 퇴근 후, 장모님으로부터 큰 처남댁 이야기를 들었다. 몇 년 만에 서울 상계동에 있는 큰 처남 집을 가셨는데, 큰 처남댁이 아이교육을 시키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말씀하시곤 잠시 후에 화장실을 들어가셨다고 한다.
거울 밑에 빗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양 쪽 귀가 다 떨어져 나간 빗이 있더란다. 마음속으로 “아이고! 알뜰한 것도 좋지만 어찌 이런 빗을 버리지도 않고!!!” 이런 생각을 하시는 사이 가르치는 일을 끝내고 나온 큰 처남댁에게 “얘야, 화장실에 있는 빗은 버리고, 우리 집에 빗이 많이 있으니, 하나 갔다 줄게!” 했더니, “어머님, 그 빗은 저희 신혼 때 어머님이 주신 빗이잖아요, 그것 말고 또 있으니 안 갔다 주셔도 돼요!”하며 밝게 웃더란다. 그 이야기에 눈물이 핑 돌았다는 말씀을 하셨다.
또 아이들에게는 철저한 교육으로 주위의 소문이 자자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집에 와서 교육방송을 듣게 하고 학교에서 내준 과제 검사를 하고, 모르는 것은 같이 노력하고 해서 사교육은 거의 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장모님에게는 “우리 애는요, 나가서 노는 것을 좋아해서 붙잡고 시키지 않으면 딴 짓해요!” 하더란다. 그 때문인지 학교에서도 우등생이라고 한다. 또 당신 며느리는 아이들이 피자 등을 사달라고 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입을 손으로 가리시면서 웃으셨다.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식사를 마쳤는데 손녀가 “할머니 밥그릇에 밥알이 붙어있어요!” 하더란다. 이에 대해 “어머님! 제가 밥솥에 밥이 눌어붙어 있을 때 늘 물을 부어 하나도 남김없이 먹는 것을 보고는 그런 것 같아요” 하더란다.
이런 저런 말씀을 듣고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음식이나 과일을 제때 먹지 않아 썩혀서 버린 적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요즘 젊은 부모들처럼 남들이 보내니, 나도 보낸다는 식으로 학원을 몇 군데씩 보냄으로써 아이들을 피곤하게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자초하며 또 아이들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줌으로써 자기만 생각하는 고집 센 아이들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시류에 아랑곳 않는 처남댁의 알뜰한 정신과 교육적 소신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 skyhoch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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