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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58] 그 녀석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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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 1학년 수업 중에 한 남학생이 엎드려 있는 것을 보고 자고 있는 줄 생각하고 머리를 들도록 지시를 했었다. 그 학생이 그대로 있자 소리를 높였다. 그때서야 머리를 들었다. 수업을 진행해도 집중을 않고 창밖을 내다보자 주의를 주기 위해 그 학생을 복도로 나오도록 한 후 엉덩이 두 대를 때렸다. 그러자 눈물을 흘렸다. 아프게 때리기 보다는 교실 안에 있는 학생들에게도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트릭으로 약하게 매를 댔는데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마음이 이상해졌다.
수업이 끝난 후 미술실로 그 학생을 오게 한 후 이야기를 들었다. 눈물 흘린 이유가 바로 전날 아버지 묘소에 가서 풀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왔는데 아버지 생각 때문에 눈물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 녀석아! 그럼, 진작 이야기를 했었어야지!” 하며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어머니도 안계시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는 그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목에 메어왔다. 춤을 좋아해서 나중에 백 댄서가 희망이라는 말을 듣고 격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중간고사가 끝나고 체육대회와 축제기간동안 운동장에서 밝게 뛰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녀석이 뜻밖에도 나에게 와서는 밝게 인사를 한다.
“그래 시험은 잘 보았고?” “그냥, 요” “춤추는 것 계속하나?” “하루에 2시간씩은 연습해요” “어디서 연습하나?” 그 질문의 대답을 들었는데 지금은 기억하질 못한다.
대화 중에 “너는 키가 작은 것 같으니, 악기연주라도 배워 두지 그러니?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악기를 무료로 배워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런 기회에 배우지 않을래?”
장래 희망이 춤을 추는 것이라면 악기연주를 익혀 두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이야기를 건넸더니, 자기가 다니던 곳에서도 배운 적이 있는데 지금은 여건이 안돼,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대답이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니 웃음을 머금은 모습이 밝고 명랑해 보기 좋았다. 가정의 달 5월, 어머니와 아버지 없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사는 학생들, 혹은 부모 없이 형제끼리만 사는 학생들, 아버지와, 또는 어머니와 사는 아이들이 예상 밖으로 너무나 많은 것이 가엾다. 이외에도 부모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혼한 후 자녀들이 홀로 방치되다시피 생활하다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가정의 달을 맞이해서 아무리 여건이 어려워도 그런 극단적인 이별의 결정은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하지 말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 교사로서의 솔직한 심정이다.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skyhoch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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