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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6.12 00:00
  • 호수 617

폐교위기에서 본교로 승격되기까지... 시골 작은 학교의 기적 - 아산 거산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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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교사, 지역사회 뜻모아 학교 살려

체험중심의 교육과정, 공교육 내에서 대안교육 실천


| 편집자주
  정부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방침에 따라 당진군내 7개 학교가 통폐합 리스트에 올랐다. 경제 논리에 사라져가는 농촌의 작은 학교들을 바라만 볼 것인가? 대안은 없는가? 농촌작은학교 살리기의 모델인 아산 거산초등학교를 찾았다.


학생수의 감소로 폐교위기에 놓여있던 농촌 작은학교가 기적을 이뤄냈다.
지난해 3월, 분교로 격하된지 13년 만에 다시 본교로 승격된 충남 아산시 송악면의 거산초등학교.
1949년 개교했지만 여느 농촌학교처럼 학생이 줄어들면서 1992년 송남초등학교 거산분교가 됐고 2001년엔 학생수 34명으로 폐교위기에 몰렸다. 회생의 길이 보이지 않았던 학교를 부활시킨 것은 새로운 대안교육을 꿈꾸던 교사들과 그 뜻에 동참한 학부모들, 그리고 경제논리에 더 이상 농촌학교가 희생되어서는 안된다고 믿었던 지역 시민단체관계자들이었다.

글쓰기 지도교사모임에서 만나오던 교사 6명은 2001년, 농촌의 작은학교에서 새로운 교육실험을 펼치기로 뜻을 모은다. 체험중심의 교육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했고 동화읽는 어른모임 등 지역내 뜻있는 학부모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다. 반신반의하면서도 새로운 교육환경에 아이들을 맡겨보자는 아산, 천안지역의 학부모들이 하나둘 늘어났고 그들은 거산분교로 아이들을 전학시키기 시작했다. 이듬해 학생 96명이 거산분교로 모여들었고 학년당 1학급씩 편성이 가능해져 우선 복식수업이 사라졌다. 공교육내에서의 대안교육을 모토로 시작된 교사들의 실험은 적극적으로 체험학습장을 제공한 지역주민들과 환경생태교육에 일일교사로 봉사하는 지역내 전문가 그룹, 그리고 현장학습때마다 도우미로 나서는 학부모들의 참여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농촌중심학교의 모델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농업이 주업인 지역주민들은 학생들의 체험학습 현장으로 농장의 문을 언제든지 열어주었다. 그리고 동물병원 수의사. 성악가, 환경운동가 등 지역내 전문지식인들이 생태교육자문단을 구성해 교육을 지원하고 방과후 특기적성 활동을 지원했다. 학부모들의 참여도 실제적이다. 아이들의 통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부모들이 대책회의를 거쳐 교통비를 자부담하는 조건으로 전세버스를 임대 운영하기 시작했다. 통학시 안전을 위해 학부모들이 순번을 정해 차량도우미로 봉사하고 있으며 체험학습의 장소를 정하는 문제나 가이드를 선정하는 문제에도 학부모들이 갖고 있는 정보들이 활용된다.

거산초등학교 교무실 칠판엔 동물병원 견학, 환경음악회, 꿀벌수업, 하지감자캐기 등 현장 체험학습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김순복 교감은 “학기초가 되면 전학을 오고싶다는 문의전화가 전국 곳곳에서 오고 있다”며 “몇몇 학부모는 아예 주변 농가로 이주를 해 아이들을 이 학교에 보내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거산초등학교는 2002년도부터 100명 이상의 학생수를 계속 유지해 지난해 본교로 승격을 했다. 각종 매스컴에서 거산초등학교를 다루면서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아져 이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겠다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지만 작은학교를 지향하는 거산초등학교의 방침에 따라 한 학급에 20명선을 고수하고 있다.

거산초등학교에 들어서면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현관문 위에 내걸린 “내 삶의 주인은 나, 더불어 사는 우리”라는 표어다. 아이들 중심의 공동체 교육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표어다. 매주 한번씩 전교생이 모여 학교생활의 문제들을 토론하는 ‘다모임’학습도 학생중심의 학교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아이들이 직접 가꾼다는 텃밭엔 감자와 고구마 땅콩이 자라고 있었고 운동장 한켠엔 닭과 토끼들이 사는 동물농장도 있었다. 학생수가 적다는 이유로 오랜 세월 시설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다른 학교보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복도에 걸려있는 아이들 한명한명의 작품들과 생일 때마다 편지를 써주는 선생님, 대외적인 행사에서 실적을 거두기보다 내재적인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박장진 교장과 김순복 교감의  교육철학은 이 학교가 왜 기적을 이뤄냈는지를 알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거산분교를 새로운 학교로 탄생시킨 주역인 김영주 교사는 “거산분교의 실험이 성공적이라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적어도 아이들이나 교사, 학부모가 학교에 있는 것을 행복하게 여기고 있다”며 “거산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모교에 대한 자부심이 많고 중학교에 가서도 토론을 잘하고 적응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들을때 교사로서 가르치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작은학교를 살리는 길은 지역주민과 교사들이 학교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8월부터 시행될 초등교장 공모제 등의 제도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회생시킬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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