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는 3년도 채 살지 못했지. 육사 1기때 전쟁터에 나갔으니까... 아들은 아빠 이름도 못 불러봤어.”
지난 12일 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해 대한민국 전몰군경 미망인회가 수여하는 장한 어머니 상을 수상한 전순임(76. 송산면 금암리) 여사. 그는 꽃다운 스물 두 살의 나이에 남편을 전쟁터에서 잃고 혼자서 세파를 헤쳐가며 외아들(김준권, 신성대 교수)을 훌륭하게 키운 어머니다. 남편 고 김영택 대위는 6.25 전쟁 당시 육군사관학교 생도였다. 경북 영천 포항 작전에서 턱에 총상을 입고 육군병원에 후송되어 치료 중 1952년 1월에 사망했다. 하나뿐인 아들 준권씨가 세살 때였다.
“큰집에 얹혀 살았는데 식구가 열명이 넘었어. 남편이 셋째다보니 물려받은 재산도 하나 없었고 눈치 보며 아들을 키울 수가 없었지. 그래 방 한칸 얻어 나와 살았는데 혼자서 살림을 해나가자니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
옷감행상에 채소장사, 땔감나무 장사 등 해보지 않은 일이 없었다. 군수품을 수선하는 재생청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으나 급여가 적어 그만두고 풍한방적 공장에 취업해 그곳 식당에서 20여년을 일했다. 이러한 곤궁한 형편속에서도 착하고 영리한 아들이 있었기에 전여사는 남부럽지 않았다. 아들과 남편에 대한 믿음과 독실한 신앙은 혼자 사는 여자에게 흔히 있게 마련인 갖은 유혹 앞에 꿋꿋하고 당당한 어머니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했다.
그 덕분일까. 아들 준권씨는 교육자로서의 외길을 걸어가고 있다. 교육학 박사로 현재 신성대학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어머니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저를 위해 당신의 삶을 온전히 희생하셨으니까요. 한편으론 죄송할 따름이지요.”
전여사는 전쟁 미망인이라는 타이틀로 살아 온 세월을 한탄할 사이도 없이 어느새 팔순을 바라보고 있다. “주위에서 열심히 살아왔기에 며느리도 잘 보았다 한다”며 며느리 자랑에 여념이 없는 전여사는 자식과 며느리의 건강, 그리고 자신은 자식들 앞세우지 말고 편안하게 남편곁으로 돌아가는 것이 지금의 유일한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