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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64] 대형 식중독 사태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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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 지역 68개교의 급식이 일시 중단되었다. 한 급식 납품업체로부터의 급식재료가 불결하게 관리되어 급식학생들이 대규모 식중독을 일으킨 때문이다. 결국 한 동안은 도시락 사용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학창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뭐니 뭐니 해도 도시락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삼삼오오 모여앉아 준비한 음식을 한데 모아 푸짐하게 식사를 했었는데 그 시간만큼은 공부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도시락을 준비 하지 못한 날에는 친구의 도시락 뚜껑을 빌려 교실을 한바퀴 돌면 밥이 수북이 쌓여 도시락을 가지고 온 날 보다 더 많은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도시락을 함께 먹은 친구들 간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 질 수밖에 없었다. 요즈음의 급식을 통해서 도시락을 준비하는 어머니들의 수고는 덜어 주었지만 도시락을 함께 나눈 학생들 간의 끈끈한 정을 이제는 기대할 수없게 되었다.
70년 초 고 3이 되자 야간자율학습을 위해 도시락의 개수를 2개로 늘렸다. 그 도시락에 넣어줄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님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또한 겨울이 되면 석탄난로에 도시락을 쌓아 따뜻한 밥을 먹도록 했었는데 도시락의 밥이 타지 않도록 위치를 바꾸어 놓는 것은 주번의 주된 임무였다.
덜렁대는 주번들은 도시락의 위치를 바꾸다가 도시락 쌓은 것이 무너져 내려 도시락속의 밥이 교실 바닥에 떨어져 밥을 걷어내고 먹은 경우도 있었고 또 너무 오래 난로위에 올려놓다 보면 하얀 쌀밥은 온데간데없고 누룽지만 잔뜩 생겨 배를 곯은 적도 있었다.
어쨌든 2001년 무렵부터 시작된 급식으로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는 불편함은 덜었다. 급식제도의 정착과 함께 급식 재료의 관리문제는 숙제로 남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제공할 식자재의 신선도 유지는 물론 고른 영양섭취를 위한 계획표의 작성 등 신경 쓸 부분이 많아졌음은 당연하다. 특히 여름철의 경우 음식이 금방이라도 부패할 수 있기에 재료관리에 철저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해 생긴 이번 대형 식중독사태는 아이들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아무쪼록 관련 식품 납품업체에서는 식자재의 관리를 부실하게 한 책임은 어떤 잘못보다 용서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고 내 자식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좋은 식품만을 제공해주길 기대한다. 또한 관련 공무원들은 식품위생에 소홀한 업체에 대해 어떤 범법행위보다 엄중히 단속해 주길 바란다.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skyhoch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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