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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65] 시험시즌을 맞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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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교마다 정기고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정기고사 성적이 대학입시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도서관은 공부의 열기로 가득하다.
6월말 자율학습 감독을 맡아 도서관 탁자에 읽을 책을 놓아 둔 채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기위해 한 차례 둘러본 후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아이들이 비교적 조용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3월 초 자율학습을 처음 시작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맨 앞줄에 앉은 여학생이 옆에 앉은 학생과 무언가 속삭이고 있을 때 한 번은 무섭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위해 의도적으로 아주 호되게 말로 혼을 내 준 적이 있었다, 또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다 적발된 학생에게는 엉덩이를 세 차례 때려 준 적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아이들은 내가 감독하는 날이면 비교적 조용한 상태로 공부들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6월 말 자율학습 끝나기 한 시간 전 밤 10시쯤 되었을까? 앞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기침을 심하게 콜록거린다. 그러더니 눈물을 훌쩍이며 우는 소리가 바로 앞 내가 앉은 탁자에까지 들려오기에 그 여학생에게 가서 무슨 일이 있는지를 물었다.
말없이 울고만 있기에 손을 붙잡고 도서관 바깥으로 데리고 나갔다. “어디, 아프니?” “예, 목이 너무 아파요, 기침도 심하구요” “병원에는 가봤니?” “예” “그럼 약은 먹었고?” “아니요” “왜” “약을 먹으면 졸음이 와서요, 공부를 못하잖아요?” “...!” 그 말을 듣고는 더 할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잠시 후, 주머니를 뒤져 홍삼사탕하나를 그 학생의 입에 넣어주었다. “이거 입에 넣고 있으면 조금은 괜찮아질 거다.” 여학생을 도서관에 들어가게 한 후, 나는 깜깜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몸이 아파도 졸릴까봐 약을 먹지 않았다는 그 여학생의 말이 왜 그렇게 기특하면서도 안타깝던지....
야간 자율학습 감독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거의 밤12시가 다 되었다.
약간의 피로감이 있었으나 잠이 바로 올 것 같지 않아 다음날 학급에 들어가서 강조할 이야기를 메모해 두었다.
나는 어쩌다 한번의 야간자율학습임에도 이렇게 피곤한데 매일같이 야간학습을 하는 아이들의 건강이 그때서야 생각이 난 것이 너무 미안했다.
학생들이여 아무리 바빠도 아침은 꼭 챙겨먹자!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skyhoch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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