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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68] 나라를 구한 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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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장맛비로 인하여 온 나라가 물난리로 고생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옛날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국토가 바다보다 낮은 네덜란드, 지금은 히딩크와 아드보카트 감독의 나라로 더 잘 알려진 그 곳에 한스 라는 소년이 엄마의 심부름을 가다가 둑에서 새어나오는 조그만 물줄기를 보고 그대로 두면 나라가 온통 물로 가득할 것이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손으로 막고 있다가 점점 구멍이 넓어지자 바지를 벗어 팔뚝에 감아 구멍을 막았고 결국 밤을 지샌 후 아침이 되어서야 지나가던 사람의 눈에 띄어 제방의 둑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소년의 무용담을 들은 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소년이 엄청난 일을 했었구나 하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올 홍수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강원도와 충북의 단양지역 말고도 많은 지역들 특히, 그동안 지방의 많은 비 피해 속에서도 비교적 피해가 덜했던 올해는 안양천의 붕괴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주민들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피해를 입은 시민들은 피해 지역 인근에서 지하철 공사를 맡은 모회사와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공사를 하다 빗물의 유입을 막기 위해 막아놓았던 흙벽이 엄청난 폭우로 불어난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되면서 저지대를 온통 물바다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여기서 우리는 주먹구구식 대처가 만연한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해서 마음이 편치 못한 것이다. 시공사는 시공사대로 폭우로 인한 천재로 그 책임을 회피하기 바쁘고 행정기관은 시공사에게 책임을 떠맡기는 형국이다. 어쨋거나 주민들의 피해는 엄청났다. 앞으로의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겠는데 피해지역이 해마다 계속 피해를 입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번 수마로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인제의 경우 인근 양구와 같은 양의 폭우를 맞았음에도 양구는 한명의 인명 피해도 없었다는 보도다. 양구는 과거 폭우의 피해를 거울삼아 교량을 교각이 비교적 적은 아치형으로 설계하여 시공함으로써 물살의 흐름을 원활히 할 수 있었던 반면 인제의 경우는 과거와 같은 식의 교량을 고집함으로써 계속된 물난리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과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튼튼한 기초만이 살길이다. 이 원칙은 사회 모든 분야에 적용되어야만 한다. 교육자의 입장에서 사견이지만 머리 좋은 사람들 보다 한스와 같은 책임감 있고 기초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신 있는 인재들이 우리사회 곳곳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skyhoch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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