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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17 18: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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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73] 아이들과의 대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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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수업이 없는 날이라 모처럼 대청소를 실시했다. 옥상에 설치해 놓은 방범등이 하필이면 우리 학급 복도 유리창 위 옥상에 설치되어 있어서 그런지 유리창 틀 사이로 많은 나방들이 죽어 있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었다. 그런데다가 방학 중에 많은 비가 내려 그 나방들이 썩은 채로 굳어 개학한 후 청소를 해보았지만 별 효과가 없어 이번 기회에 창문틀을 다 들어내고 대대적으로 청소를 하려 마음 먹었다. 그 날은 대청소를 할 것을 생각해서 간편한 복장으로 등교를 했다. 아이들에게 아침 조회를 하면서 “오늘은 대청소를 실시한다. 실외 청소당번은 청소용구를 들고 바깥으로 집합!” 또 남은 아이들은 교실과 복도로 양분해서 바닥청소를 깨끗이 한 다음 왁스칠을 하도록 지시하고 나는 복도 당번아이들과 함께 창문틀을 떼어 내도록 지시했다. 그런 다음 창문틀을 신문지로 말아 나방들이 덕지덕지 붙은 것들을 떼어 낸 다음 진공 청소기로 빨아들이도록 했다. 그리고 나선 물기있는 걸레로 닦아내니 알루미늄 원래 색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걸 보니 속이 시원했다. 그런다음 양말을 벗고 떼어놓은 창문틀을 하나씩 분배한 후 신문지로 유리창을 닦도록 한 다음 나도 복도에 앉아 학생들과 함께 열심히 닦았다. 아직도 날이 더워서인지 이내 옷이 젖어오기 시작하고 얼굴에선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두시간 수업종이 끝나자 대부분의 청소는 끝나가고 있었다. 남은 것은 옥상 가까이 붙어있는 위쪽 창들이었다. 보통은 복도 안쪽으로만 닦고 바 깥쪽으로는 위험해서 아이들을 시키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냥두기 지저분하다는 생각에 내가 직접 바깥으로 몸을 내놓고 한손으론 안쪽의 창문틀을 붙잡고 남은 한손으로 유리창을 닦으니 제법 먼지가 잘 닦여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이 보기에 안쓰럽거나 위험하다고 느꼈던지 내 발목을 붙잡아 주었다. 그런 아이들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청소가 모두 끝나고 종례시간이 되자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는 아이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면서 “오늘 청소 열심히 했지?” 대부분의 학생들이 “예. 열심히 했습니다” 자신있게 대답한다. “그래, 수고들 많았다. 기왕에 할일이라면 오늘 너희들이 했던 것처럼 열심히해라.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스스로도 뿌듯한 마음을 얻었을 뿐 아니라 선생님으로 부터도 수고했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거다.”
“반장! 그만하고 가자.” “차려! 담임선생님께 경례!!” 오늘 따라 아이들의 구령소리가 어느 때 보다도 우렁차게 들려왔다. 정말 기분좋은 하루였다.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skyhoch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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