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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9.18 00:00
  • 호수 630

마중리 어르신들 이발하던 날 - 생활개선회 이미용봉사반 이발봉사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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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호지면 마중리회관을 임시이발관 삼아 어르신들이 봉사자들에게서 이발봉사를 받고 있다.


 대호지면 마중리(馬中里). 당진군의 끝자락이자 당진과 서산의 접경이기도 한 곳. “누워있는 말(馬) 모양의 가운데”같은 마중리에 말갈기같은 시원한 가을바람 불던 날. 마을사람들이 하나 둘 마을회관 앞에 모였다.
 오늘 마을 어르신들이 이곳에 모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어르신들 머리를 손질해 드리겠다고 젊은 아낙들이 멀리서 찾아오는 날인 것이다. 이 오지까지 어르신들 머리 손질하러 오는 사람들은 당진군생활개선회의 이미용봉사반 사람들.
 햇살이 회관 맞은편 자모산 위에서 한낮의 마지막 빛을 뿌리는 오후 2시쯤 봉사반 사람들이 마을에 도착했다. 벌써 10여년 전부터 이 마을 마중리를 이웃집 드나들 듯했던 봉사반 사람들은 마을 이것저것이 낯설지 않은지 표정에 반가움이 역력하다.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전인 1995년 당시 농촌지도소로 불렸던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촌여성들에게 여러 가지 교양과 생활관련 기술들을 보급하고 있었다. 10년 전만 해도 여성회관이나 문화복지시설이 없던 터라 지도소 농촌여성 교양강좌에는 젊은 여성들이 많이 모여들었었다.
 그 중 하나가 이미용 기술강좌였는데 처음에 가족들을 위해 시작한 이 강좌는 기초과정을 마치면서 참가자들의 뜻에 따라 이미용 지역봉사로 활동의 방향을 정하게 되었다. 경노당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하는 무료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 이제 어느덧 10년의 세월을 훌쩍 넘었다.
 최근까지 한달에 두 번 센터를 통해 봉사의뢰가 들어오는 마을 경노당을 찾아다니던 것을 한달에 한번으로 바꾼 것 말고는 지난 10년간 한가지도 바뀐 것이 없다. 봉사를 다니는 사람들의 얼굴도, 매번 경노당을 찾는 시간 오후 2시도 10년간 그대로다. 시간은 어르신들이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해 기분이 좋고 비교적 한가한 시간으로 정했다. 자율적으로 그날 그날의 사정에 따라 봉사활동 참여자가 결정되어 왔는데 언제나 필요한 손길만큼 봉사자의 수가 맞추어지곤 했다.
 2006년 9월13일. 오늘의 마중리 봉사자는 김산옥(65, 합덕)씨와 이영자(58, 신평), 정종숙(48, 신평), 배병란(46, 당진)씨. 김정임씨를 비롯한 다른 봉사자들은 이날 다른 활동들이 겹쳐 참가하지 못했다.
 봉사자 대부분이 무의탁노인 밑반찬 만들기와 같은 다른 봉사활동을 겸하고 있다. 오늘 봉사자 중 셋은 10년전 강좌부터 함께 해온 사람들이고 미용기술자인 김산옥씨는 따로 이미용 봉사를 하다 이 봉사팀과도 함께하게 됐다.
 마중리 어르신들이 최승기 이장님의 안내방송을 듣고 회관으로 오셨다. 동네분들도 이날따라 바쁘셨는지 이발하러 오신 분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도 봉사자 수와 그런대로 마춤이었다. “면 체육대회도 있고 명절도 코앞이라서 아주머니네들은 발써 미장원들 댕겨왔을껴”라고 동네 안기원(76) 어르신이 말씀하셨다. 남영우(78) 할아버지는 머리깎고 난 친구 모자를 들춰보며 “잘 짤렀냐? 어디 좀 보자. 그런대로 괴안찬쿠먼”하고 즐거워하신다. 몇분은 염색이나 파마를 해달라고 봉사자들에게 농어린 떼를 쓰기도 하셨다.
 마을이라고 골망골망 집들이 떨어져 있어서 어르신들은 제법 먼 길을 오셨노라고 했다. 어떤 분은 걸어서 어떤 분은 앉은뱅이 오토바이를 타고 오셨다.
 그리고 이발이 끝나자 그분들은 저마다 애들처럼 환한 얼굴이 되어서 봉사자들에게 인사를 꾸벅 하고 집으로 가신다.
 모두들 가시는 길에 당신들 머리 한번 쓰윽 쓰다듬으시는 게, 기분이 좋긴 좋으신 모양이다.

/글 김태숙
사진 원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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