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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 일로 기억이 된다. 학교 앞 도로가 비포장시절이었던 때 동료 교사들과 함께 도보로 출퇴근을 했었다. 기지시에서 학교까지 20여분거리를 함께 걸으면서 동료 교사가 내게 했던 말을 기억한다.
오랜 세월 함께 생활하면서 한번도 내가 남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 한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때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냥 빙긋 웃고 넘겼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말이 많아졌고 그 때문에 다른 사람에 대한 쓸데 없는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고, 하지 말아야 될 말로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그 것을 해명하느라 어려웠던 상황과 그로 인해 쌍방간에 서먹했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 이후부터 말수를 줄이고 가급적 상대방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하려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지난 토요일 교회에 맡은 일이 있어 예배당에 들어갔더니 마침 잘 알고 지내는 여 집사님이 와계셨다.
이분은 강단에 놓을 꽃을 직접 사 오셔서 예쁘게 장식을 담당하시는 분이신데 꽃꽂이를 너무나 예쁘게 잘하셔서 “정말이지 꽃이 너무 예쁩니다! 언제 그런 기술을 배우셨어요?” 여쭈었더니 “언젠가 손을 못 쓰시는 분이 발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는 감동을 받아 나도 무언가 배워 교회에 봉사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꽃꽂이를 배우셨단다. “어렵지는 않으세요?” 했더니, “꽃을 다듬으면서 꽃과 대화를 해요! 너무 즐겁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는 “꽃들과도 대화를 하세요?” 신기해서 되물었을 때 “예” 너무나 명료한 대답이었다.
“꽃과의 대화” 이 한마디는 내게 너무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고 또한 그분의 일에 대한 사랑과 봉사에 대한 기쁨들이 복합되어 이루어진 말이라고 여겨졌고 내 가슴속에 그분이 평소보다 크게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그 분이 다듬었던 꽃은 나에게는 학생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과 함께 25년 동안 많은 아이들에게 나는 과연 어떤 말을 했을까 생각하니 걱정과 후회가 앞섰다.
잘되라고 한 이야기들 이었겠지만 사랑의 말보다는 아이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그런 말도 많이 했었을 텐데!!
이런 미안함과 후회가 교차하면서 교사답지 못했던 말들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는 따뜻한 정이 담긴 말들을 많이 해 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성적은 좋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의 미래를 짊어 질, 꽃보다 귀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skyhoch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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