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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77] 작가가 된 교사를 회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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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다보면 함께 있을 때 보다 떨어져 있을 때 사람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는 것 같다.
얼마 전 태국행 비행기안에서 함께 근무했었던 여선생이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사진이 실린 신문기사를 보면서 함께 근무했었던 그때를 회상할 수 있었다. 82년 그 여선생이 대학을 갓 졸업하고 본교에 근무했을 때 느꼈었던 첫인상은 순수함 그 자체였고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처럼 앳되어 보였었다. 신문 기사의 내용처럼 그 당시는 소설을 쓰지 못했고 교직을 그만둔 뒤부터 집필에 몰두했다고 한다.
태국에서 돌아온 이튿날 전화로 “송악고등학교 이호천입니다. 수상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선생님과 함께 했었던 것이 영광입니다. 함께 근무한 선생님들도 모두들 기뻐하십니다.” 했더니 너무 뜻밖의 전화에 몹시 기뻐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첫직장에 대한 기억이 생생해서 그런지 함께 한 선생님들의 이름 석자는 모두 기억하는 듯했다.
어쨌거나 함께 했었던 분이 훌륭한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은 나뿐만 아니라 송악고등학교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아침(10월11일) 교감선생님 책상 위에 모 선생님의 유고 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가 부임하기전 본교에 근무하시다 타 직장 기자로 일터를 옮기신 분인데 얼마 전 췌장암으로 유명을 달리하셨다고 한다. 오래 전 나는 그분과 전화통화를 통해 목소리를 익힌 적이 있었던 터라 그분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웠다. 더군다나 나이도 나와는 한살차이인 젊은 나이에 한권의 유고 소설만을 남기고 갔다는 사실에 살고 죽음이 동전의 앞뒤와 같이 너무 가깝게 붙어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밖에도 함께 했었던 이십수년간의 세월동안 함께 근무하다 자리를 옮긴 많은 분들의 삶의 궤적을 추억해보면 아이들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었던 분, 당시로는 나이가 지긋했었지만 탁월한 유머감각을 가지고 지도했었던 분 등등 ....
어느 분이나 나에게 교사로서 가르침을 주지 않고 떠난 교사들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그들은 자신의 삶에 충실했고 맡은 일에 사명감을 갖고 아이들 지도에 열성적이었다. 지금 어느 곳에 있든 모두의 건강과 행복한 생활을 기원하면서 나 또한, 떠난 자리가 어떻게 느껴질지 생각하며 하루하루 충실해야 하겠다고 다짐해본다.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skyhoch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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