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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개발, 또 개발… 당진 앞 바다가 위험하다Ⅲ - 공단 바다 밑 각종 고철 녹슨 채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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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역과정에서 떨어진 각종 고철, 폐오일·페인트 오염

▲ 현대제철 인근 연안 수중촬영 장면. 탁한 먼지사이로 고철더미가 희미하게 보인다. 작은 사진은 바다에서 바라본 부두.

바다오염 심화로 상당수 어민 낚시업으로 전업

편집자 주 -  수많은 미래학자들이 21세기를 ‘해양의 세기’라고 부를 만큼 바다는 전체 동식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풍부한 생물자원과 광물자원 등을 무한정 갖고 있는 보고다.
 당진군은 과거 12개 읍·면 중 10개 읍·면에 바닷물이 들어온다고 할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바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당진의 주변바다는 잇단 간척사업과 공장입주 등으로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본지는 급변하는 당진지역 주변 바다환경에 주목하고 바다위기의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바다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시리즈 - 당진 앞 바다가 위험하다>를 마련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10월21일 석문의 왜목 포구를 출발한 어선이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석문방조제를 지나 수중촬영 목표인 현대제철 부근에 도착했다.
옅은 안개가 끼었으나 맑은 날씨에 바람도 없어 수중촬영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이었다.
장비를 점검하고 수중촬영팀이 바다에 뛰어들었다.
수심 5미터, 그런데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시야엔 온통 뿌연 먼지만 들어온다. 이 상태에서는 촬영을 해도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

바다 속에서 녹 뿜으며 삭아가는 고철더미
좀더 깊은 수심으로 잠수를 시작했다. 10미터 넘게 들어갔지만 바닥에 닿지 않았다. 시야는 여전히 뿌연 먼지와 부유물질로 인해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수심 15미터까지 들어가서야 바닥이 어렴풋이 보인다. 카메라를 바짝 들이대야 촬영이 가능할 정도로 시야는 여전히 탁하다. 불빛을 비추고 한참동안 초점을 맞춘 뒤에야 뷰파인더에 피사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카메라에 잡힌 것은 바닥을 덮고 있는 바위나 모래, 해조류가 아니라 고철덩어리였다. 시뻘겋게 녹이 슨 고철과 개펄 흙에 덮인 각종 철 구조물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쇳파이프와 철근으로 보이는 쇳덩어리는 잠긴 채 녹과 페인트가루를 뿜으며 삭아가고 있다. 고철더미에서 생명체를 발견하기란 어려웠다. 고작 발견한 것이라고는 아무르 불가사리가 전부였다.
전국의 바다 밑에 방치된 각종 쓰레기는 40만 톤을 넘고 해마다 2만5천 톤씩 새로 발생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해양수산부가 한나라당 김명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서해안에만 16만7천 톤의 각종 쓰레기가 널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해와 동해 각 8만6천 톤, 주요 어장 11만5천 톤 등 각종 쓰레기 40여만 톤이 바다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 수치는 해양수산부가 2003년부터 국내 연안해역 주요어장의 해역 폐기물 실태조사에서 나온 것으로 제대로 치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마다 2만5천 톤씩 새로 쌓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양수산부가 추정한 처리비용은 연간 220억원이다.

고철의 폐오일·페인트 유해성분 유입 추정
해양을 오염시키는 원인은 육상에서 기인한 것도 있지만 바다에서 버려지는 각종 해양폐기물과 기름유출 문제 등도 있다. 하역과정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각종 고철의 경우 기계부품 등에 묻어 있던 폐오일의 상당량이 바닷물에 녹는다. 또한 각종 페인트 등이 칠해져 있는 고철의 유해성분도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항구주변에서 배의 도료에 사용되는 유기주석 화합물에 의한 오염이 보고되고 있다. 배의 바닥에는 부착생물이 달라붙어서 서식하기 쉬운데 그럴 경우 자주 보수해야 하고 연료소모가 증가해 운항속도가 떨어지게 되므로 배에 칠하는 도료에는 TBT(tributyltin)라는 유기주석 화합물이 첨가된다. 이 TBT는 독성이 아주 강하고 바닷물 속으로 녹아 나와 부착생물이 아닌 다른 생물들을 죽이거나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TBT의 영향을 받은 생물은 암수 성별 차이가 모호해지는 임포섹스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바지락 성장 중단, 어획량도 급격히 줄어
바다가 오염되면서 어민들의 삶도 크게 바뀌고 있다.
일생을 바다에서 희망을 건지면서 살아온 어민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환경에 당혹해하고 있다. 서해안 갯벌은 리아스식 해안에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풍성한 생명력을 자랑해왔으며 어민들에게는 최고의 황금어장으로 꼽혀 왔다. 새우, 꽃게, 낙지, 바지락 등이 갈고리로 뒤집으면 어디든 지천으로 나왔다.
그러나 방조제가 막히고 항구가 건설되고 공단이 입주하면서 천혜의 황금어장도 서서히 황폐화되고 있다. 이제 어느 누구도 당진에서 어업을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지경석 한진리 어촌계장은 “공단이 입주하기 시작한 이후인 3년 전부터 양식장의 바지락이 크질 않는다”며 “원인을 찾기 위해 서해수산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해 놓았다”고 말했다.
이 때쯤이면 보통 바지락들이 충분히 커서 캘 수 있었는데 지금은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의 종패로 남아 있다고 한다.
어민들에 따르면 과거 이 근방의 갯벌은 사리 때 나가면 성패를 5톤 이상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바지락뿐만 아니라 소라와 박지, 박하지도 마찬가지다.
지 계장은 “과거 한번 나가면 박하지를 300∼400kg 정도 잡던 것을 요즘에는 50∼60kg밖에 잡지 못한다”며 “많은 어선이 낚시배로 전업했으며 조업을 하는 어선도 부부끼리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바다쓰레기 수거 어렵고 비용 많이 들어
매년 엄청난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지만 이 가운데 바다 위에 떠다니는 쓰레기보다는 바닥에 가라앉아 보이지 않는 쓰레기가 더욱 심각하다. 바다쓰레기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데다 해양오염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바다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바다쓰레기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수거가 쉽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바다 쓰레기는 또 분리수거가 어렵고 소금물에 젖어 있어 소각시 다이옥신도 다량 배출된다.
환경단체는 육지처럼 바다에도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쓰레기 수거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바다쓰레기를 줄일 수 없을 것이라며 더 이상 무한한 자정능력을 가진 폐기물 투기장소가 아닌 만큼 해양오염을 막을 수 있는 공동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히고 있다.

수중촬영 :김학로 킴스머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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