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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유기농의 생생한 현장을 가다2 독일 유기농업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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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유기농업재단의 저거박사(왼쪽)와 재단 농장의 교육담당자(오른쪽)

[편집자주]  농업이 위기라고 한다. 농업이 과도기를 맞고 있다고도 한다. 농업의 위기는 과연 무엇이며 농업의 위기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 제시하기 위해 이번 기획기사를 게재한다.
 네번째 순서로 독일유기농의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는 독일유기농재단과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구트 호텐버그 농장을 소개한다

 

유기농에 대한 인식변화가 성공의 지름길

독일 유기농의 성공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민간조직의 자발적인 노력 덕분

유럽의 유기농 선진국들 중에서도 독일은 보다 발빠르게 환경농업 정책을 추진해 온 나라다. 독일은 1980년대 후반 이후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에 힘입어 유기농가와 유기농업 재배면적이 급속히 증가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그러하지만 특히 독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민간 차원의 유기농 체제가 활성화되었으며 현재도 독일의 유기농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독일의 가장 대표적인 유기농 기관인 독일유기농업재단 SOL(Stiftung fur Okologische Landwirtschaft)은 독일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유기농 발전의 선두주자이다. 바드 뒤르크하임(Bad Durkheim)에 위치한 이 재단은 유기농업 기술개발 및 유기농업과 관련한 최신기술정보 발간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또한 SOL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정부의 위탁사업비를 받아 유기농가와 일반소비자를 위한 유기농법 최신기술 동향과 각종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독일유기농업재단 이사장인 울리 저거(Uli Zerger) 박사는 이 재단이 세계유기농업단체인 IFOAM(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의 결성을 지원하기도 했으며, IFOAM(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 독일어권지역협회의 의장단체로서 1993년부터 2년마다 열리는 독일어권 유기농업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주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 재단에는 현재도 전세계 여러 국가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환경운동엽합이나 농업관련 단체들이 연수 목적으로 자주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저거 박사에 의하면 1991년까지는 유기농에 대한 법률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유기농이 체계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농장주들이 모여 재단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한다. 그 후 1992년 유럽연합(European Union)에서 유기농 관련법을 제정했고, 이에 따라 유럽의 각 나라들도 유기농법을 도입했다고 한다.
 독일의 유기농은 민간에 의해서 시작됐을 뿐 아니라 민간 주도로 대부분의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독일에는 7개 정도의 유기농 관련 재단이 있는데 그 중 Bioland와 Demeter가 가장 대표적인 단체이며 유기농 관련 기준이 가장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독일에서는 현재 3,400여 개 품목에 ‘BIO’ 마크를 붙이고 있다. 이 마크는 일반인들에게 상품이 유기농장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리고 유기농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독일에서 농장이나 기업이 유기농 마크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유기농 규정을 지켜야 하는데, 유기농 회사 자체에서 유기농법에서 제한하는 기준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엄격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저거 박사는 4년 전에 시행된 국가의 정책에 의해 유기농에 대한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되었다고 말했다. 유기농 제품의 선호도가 눈에 띄게 올라가면서 유기농제품을 일반 슈퍼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일상화되어 있는 상태다.
 정부에서는 연간 24억 유로를 유기농 정책에 쏟아부었다. 이 자금의 대부분은 일반인들에게 유기농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정보를 제공하는 등 유기농을 홍보하는데 쓰여졌다. 
 국가의 지원이 있기 전에는 유기농장을 하는 농가에서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럽연합과 국가에서 지원을 하기 시작하면서 유기농 시장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유기농재단의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회원들은 유기농에 대한 철저하고도 엄격한 기준을 지켜야 하며 재단은 회원들을 관리하고 도와줘야 할 의무를 갖는다.
 회원 농장은 경작지의 면적에 따라 재단에 회비를 내야 하며 1년에 1번 철저한 정밀검사를 받게 된다.
 검사·인증을 하는 기구는 민간 기구로, 주 정부는 이 민간기관이 적정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를 지도 감독할 책무가 있다.
 저거 박사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유기농업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선택하여 재배하고 최대한 농약을 쓰지 않는 것이 좋으며 씨를 뿌릴 때도 미리 씨를 검사하여 병충해에 강한 우량종자를 심으므로써 농약 사용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부득이 농약을 사용할 경우 유럽연합에서 허용하고 있는 친환경 농약을 사용하라고 권한다.
 유기농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독일에서는 유기농산물의 생산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저거 박사는 현재 독일 농산물 전체 물량의 10% 정도가 유기농산물이며, 유기농업재단의 목표는 앞으로 20%까지 확대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저거 박사는 유기농업이 일반농업에 비해 비용이나 노동력 면에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유기농에 대한 인식과 자부심이며 유기농을 경제논리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국가의 체계적인 지원과 홍보를 통해 유기농에 대한 전 국민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필용 객원기자 | 사진 원상오

 

 

유기농 교육의 산실
구트 호헨버그 농장

구트 호헨버그(Gut Hohenberg) 농장은 독일유기농업재단 SOL에서 유기농 교육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체험농장이다.
 독일의 체계적인 유기농 시스템을 떠받치고 있는 토대는 구트 호헨버그 같은 체험농장들이다. 독일에는 이러한 체험농장이 30군데가 넘는다. 학생들은 이러한 체험농장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유기농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유기농의 중요성을 터득하게 된다.
 구트 호헨버그 농장은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설립된 지 4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농산물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축을 기르고 있는데, 묶어놓거나 우리에 가둬 키우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방목하고 있다.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우리에 들여놓기는 하지만 이외에는 밤이나 낮이나 밖에서 지내도록 한다.
 학생들은 이 농장에 머물면서 곡물과 야채 재배, 가축 기르기, 우유 짜기, 버터 만들기 등을 실제로 경험해 본다. 또한 이 농장에서 키운 소에서 나온 우유를 마시고, 이 농장에서 나온 유기농산물로 직접 요리를 하기도 하면서 유기농을 피부로 배운다.
 이 곳을 거쳐간 아이들은 왜 유기농을 해야 하며 왜 유기농 제품을 먹어야 하는지, 그리고 가축은 왜 방목을 해야 하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구트 호헨버그 농장은 연일 유기농을 체험하기 위해 몰려드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으며 앞으로 1년 동안 예약이 끝난 상태다.
 이 농장은 유기농 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농장이기 때문에 단순히 유기농산물이나 가축을 재배하고 기르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을 위한 제반 시설들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
 1층에 있는 교실은 화재시 문이 자동으로 닫혀서 학생들이 자고 있는 방으로 연기가 올라가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화재가 발생해도 바닥에 특수처리가 되어 있어 90분 동안은 불에 타지 않는다.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교육을 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시설은 기본적으로 갖춰놓아야 한다고 한다.
 유기농 교육을 맡고 있는 농장답게 여기에 있는 가구나 침대, 마룻바닥까지도 농장에서 직접 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농장에 오면 모든 것이 유기농과 웰빙생활에 맞춰져 있다. 태양열 축전지를 사용하여 전력을 얻고, 나무로 불을 때서 난방을 하고 물도 데운다. 각 방마다 창문은 아침에 햇볕이 잘 들도록 동향으로 나 있다.
 학생들은 이 농장에서 생활하면서 스위치만 켜면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이 어떤 원리에 작동되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얻어지는 것인가를 배운다.
 독일이 유기농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정부는 정책적 지원과 민간 차원의 노력이라고 한다면 독일 유기농의 미래를 밝게 해주는 것은 구트 호헨버그 같은 유기농 교육을 목적으로 한 체험농장들이다. 이러한 농장들의 활발한 활동이 미래의 독일 유기농을 이끌고 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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