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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83] 카타르 도하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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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카타르 도하에서는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다. 매일 전해오는 경기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예상하지 못했던 경기에서의 메달소식은 한껏 기분을 좋게 하다가도 메달이 유력한 경기에서의 결과가 좋지 못했을 때는 속된 말로 기분이 별로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한국야구는 우리의 기대를 아주 어긋나게 했다. 야구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게임에서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는 일이다. 아무리 프로야구 선수들이라 해도 순수한 아마추어로 구성된 일본팀에게 지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러나 문제는 경기의 결과에 있지 아니하다. 그보다는 게임에 지고 난 이후 코칭스태프의 책임전가식 발언들은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팬의 한사람으로서 적절치 않았다는 입장이다. 물론 패배의 이유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패장은 말이 없는 법이다.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다시는 이와 같은 가슴 아픈 사례가 없도록 어떤 상대를 만나든 항상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경기에 임하는 이들의 기본이 아니던가! 하물며 국가를 대표한다는 선수들이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와는 대조적으로 7살 때부터 원형 탈모증을 앓아오다 현재는 전신탈모증으로 발전해 머리카락 한 올 없는 여고생이 수영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딴 후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았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 또래의 선수이기에 더욱 장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춘기에 그와 같은 역경을 딛고 한가지일에 몰두하기가 쉽지 않은 때문이다. 또한 비인기 종목선수들의 혼신을 다해 경기하는 모습들과 또 부상을 당한 몸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며 삶에 고단한 우리로 하여금 활력을 찾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그 결과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은 또한 우리의 삭막했던 마음까지도 촉촉하게 적셔놓는다.
얼마 전 11월 전국연합학력시험이 모두 끝난 후 한 남학생이 ‘선생님 이번 시험에는 제가 너무 교만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을 건넨다.
늘 점수가 좋게 나와 노력을 덜했는데 시험결과가 아마 좋지 않았던 것 같아 그렇게 말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그 학생이 대견스러웠다. 운동을 하는 선수나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나 나라의 정책을 담당하는 자들이나 기업하는 이들 모두는 겸손한 마음가짐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토양 위에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을 던져야 할 것이다.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skyhoch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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