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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일이네 겨울나기

정신장애로 아기같은 고교 졸업반 용일이 김태숙l승인2007.01.15 00:00l(6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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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3년전 기약없이 입원하고 아버지는 지체장애 1급
팔순 할머니가 홀로 지탱하기에 현실 너무 무거워

용일이는 스무 살, 이제 고등학교 졸업반이다. 용일이는 서산에 있는 특수학교를 다녔다. 졸업반이면 대개 대학을 가든지 취업을 준비할 때지만 용일이는 어느 쪽도 아니다. 곱상한 얼굴에 마음도 착한 용일이는 정신지체 3급 장애를 가졌다. 8년 전 처음 만났을 때 5학년 초등학생이던 용일이는 그새 많이 달라졌다. 그때보다 키도 부쩍 자랐고 얼굴에 여드름 자국도 생겨났다. 교회음악을 좋아하게 됐는지 CD음반을 사고싶어 한다는 점도 전과 달랐다. 하지만 자전거타기를 좋아하고 글씨를 읽거나 쓰기가 어렵고 혼자서 심심하다는 게 여전했다. 그래도 용일이는 ‘김용일’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전보다 잘 썼다.  
 집안사정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때 40대 초반과 중반이던 용일이 부모는 이제 나이 오십줄을 넘어섰다. 뇌성마비 지체 1급 장애인인 아버지 김한선씨는 생각은 성해도 거동과 표현이 몹시 어려운 사람으로 그때나 지금이나 용일이 걱정이 태산 같은데 그동안 머리가 많이 희어졌다. 정신장애 1급을 가졌던 용일이 어머니는 그 사이 병이 깊어져 병원에 들어가 사는 지 벌써 3년째라 했다. 할아버지도 돌아가셨다. 5년전 원당지구 택지개발로 호서고등학교 앞 도로가 확장되면서 손바닥만한 구멍가게를 잃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는 우두리로 이사했던 용일이네는 다섯명이었던 가족이 그새 세명으로 줄어있었다. 가끔 가면 감나무에 달린 감도 따주고 매실도 따서 싸주던 용일이 할머니만 여전히 남은 식구 치닥거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 살림을 꾸려가기에 할머니는 이제 너무 나이를 먹었다. 팔순에 요새는 허리까지 아파 일어나기도 힘들다. 몸이 그런데다 날씨까지 추워 할머니는 날마다 찬거리가 걱정이다. 하지만 그 걱정도, 당신이 세상 떠나면 성치않은 이 애들은 어쩌나 하는 생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아침마다 천근같은 몸을 간신히 일으킨다.
 용일이 앞날을 걱정하는 할머니와 아버지의 마음이 겨울 쌓인 눈처럼 무거워도 정작 용일이의 미소는 무심하게 맑기만 하다.


김태숙  tskim@d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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