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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철강 부도 10년 후 현지 르포 - 가동중단·구조조정 아픔 딛고 부활의 날개짓

열연공장 가동 재개, 항만건설로 활기 넘쳐 유종준 기자l승인2007.01.29 00:00l(6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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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전인 1997년 1월 ‘한보철강 대책위’ 소속 주민들이 서울로 항의방문을 가고 있다.  
 


동료 떠나보냈던 아픔 뒤로 근로자 여건도 향상

한보철강 부도 후 꼭 10년(1997년 1월23일)을 하루 앞둔 22일 현대제철 당진공장.
정문입구부터 철강재를 가득 실은 거대한 트레일러 행렬이 줄을 이었다. 한 때 낡고 녹이 슬어 칙칙하게 보였던 공장도 도색을 새로 해서인지 밝고 산뜻해 보였다. 가동중단으로 조용하던 열연공장도 굉음과 함께 증기를 내뿜었다. 공장 곳곳에 찍힌 현대제철 마크가 한보철강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초라해 보였던 송악부두도 이제는 하역 중인 대형선박과 크레인들로 활기에 넘쳐 보였다.
부두 앞 바다에서는 20만톤급 부두 건설을 위한 거대한 대형 케이슨 함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대제철 총무과의 신승주 팀장은 “10년 전 한보철강 부도 이후 침체일로를 걸었던 지역경제가 현대제철이 인수한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되살아나고 있다”며 “기공식을 기점으로 적극적인 환경오염 저감대책을 마련하는 등 지역과 함께 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의 표정도 밝아 보였다.
10년 전 공장 부도 이후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나야 했던 근로자들이나 남아 있던 근로자들이나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는 마찬가지였다. 매각이 무산되길 수 차례, 근로자들은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렸다. 인수설이 나올 때마다 고용승계가 이뤄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한보철강 부도로 한때 3000여명에 달했던 당진공장의 직원 수는 거듭된 구조조정으로 600여명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나 현대제철로 공장이 인수되고 일관제철소 건설계획이 발표되면서 신규채용이 늘어나 직원 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지금은 생산직과 사무직을 모두 합해 1300여명에 달한다.
현대제철 근로자 김호인씨는 “부도 이후 한보철강 당진공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암울했다”며 “수 차례 구조조정으로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는 가슴 아픈 상황을 여러번 겪어야 했다”고 술회했다.
김씨는 “매각이 여러 차례 무산되면서 속을 태웠으나 현대차 그룹이 인수한 후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공장분위기도 훨씬 밝아졌고 노동자들의 근로여건도 훨씬 향상됐다”고 말했다.
한 때 외환위기와 지역경제 침체의 주범으로 낙인찍히며 지역현안 1호였던 한보철강이 이제 부도 10년 만에 현대제철의 이름으로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한보철강 부도에서 현대제철 최종 인수까지

두번의 본계약 체결 무산 끝에 정상화 기틀

부도 후 피해액 960억원, 지방세 380억원 미수
네이버스·AK캐피탈 본계약 체결 번번히 무산

1997년 1월23일 한보철강 부도 소식은 지역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던졌다. 한보철강에 각종 하청공사와 물품을 대 준 후 대금을 받지 못했던 수많은 군내 업체들의 연쇄피해가 잇따랐다. 부도직후 당진군이 잠정 집계한 지역업체의 피해규모는 26개 기업에 피해액도 641억원을 상회했으나 일주일만에 132개 업체에 960억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조금씩 밀려 있던 음식값, 술값, 각종 기자재, 공구값 등을 더하면 실질적인 피해는 훨씬 더 컸다.
당진군도 제2공장에 대해 부과했던 취득세와 등록세 등 380억원을 받지 못해 당장 세수에 큰 차질을 빚었다. 이 때문에 1998년 예산안을 군의회에 제출하면서 군정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기다림에 지친 중소기업 채권단은 정부와 채권은행단의 조속한 진성어음 및 미수채권 지급을 요구하며 한보철강 당진제철소의 정문과 후문을 차단하고 항의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1998년 7월에는 해외수요 감소로 A지구 열연공장을 임시휴업하고 노동자 454명에 대해 임시휴직 처리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한보철강 정상화 범군민대책위원회(위원장 이홍근·최재경·이기흥)를 구성하고 한보철강 정상화를 촉구하며 서명운동을 벌여 1998년 10월, 4만여 군민의 서명이 실린 호소문을 청와대, 국무총리실, 국회의장 등 6개 기관에 발송했다.
지역민들의 한보철강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이 활기를 띠는 가운데 1999년 1월 미국 뉴욕 월가의 거대 투자회사들이 주축이 된 다국적 컨소시엄인 네이버스 컨소시엄이 한보철강 인수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지역사회에 희망을 던졌다.
네이버스 컨소시움이 같은 해 7월13일 우선협상대상기업으로 선정된데 이어 2000년 3월 주채권은행인 제일은행과 본계약을 체결하자 지역사회는 한보철강이 드디어 정상화된다며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그러나 주민들의 환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한보철강 인수를 추진했던 네이버스 컨소시엄이 2000년 10월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선언한 것이다. 주민들의 낙담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뒤이어 채권은행단의 AB지구 분리매각 방침이 발표되자 주민들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2001년 12월 네이버스 컨소시엄을 주도했었던 AK캐피탈의 권호성 사장이 독자적으로 인수를 추진한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2002년 2월 본계약을 체결하자 상황은 다시 반전됐고 주민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AK캐피탈은 법원에서 정한 최종 납부시한인 2003년 11월18일까지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못함에 따라 인수에 실패하게 된다. 잇따른 매각실패에도 주민들은 낙담하지 않고 매각을 위해 관련 기관을 방문해 협조를 구했다.
매각을 위한 움직임이 결실을 맺었는지 2004년 5월 아이앤아이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이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같은 해 7월 본계약을 체결했다.
한보철강을 인수한 현대제철은 2005년 5월 A열연공장을 정상화한데 이어 2006년 9월 현대하이스코 냉연공장을 정상화하는 등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보철강 부도의 교훈과 과제

“한 개 대기업 종속 지역경제 위험 여전”

10년 전 한보철강에 전적 의존했던 지역경제 지금도 여전
광양제철소 피해사례서 드러난 환경적 악영향도 극복

현대제철이 한보철강을 인수한 후 열연과 냉연공장 정상화에 이어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10년 전 지역경제를 미증유의 공항상태로 만들었던 한보철강 부도의 상처도 조금씩 아물고 있다.
한 때 지역경제를 천당과 지옥에 오르내리게 했던 한보철강은 이제 현대제철로 거듭 태어나 지역경제 성장의 견인차로 역할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경제 성장의 상징이 되다시피 한 현대제철에 낙관만 할 수 있을까?
상당수 전문가들은 10년 전 한보철강 부도가 당진지역에 남겼던 큰 상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지난 23일 열린 당진군기본계획(안) 공청회에서 이건호 목원대 교수는 “당진의 발전전략이 대부분 2차 산업을 중심으로 계획됐는데 한보철강과 같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산업구조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997년 한보철강 부도 직후 당시 당진민주시민회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박경 목원대 경제학과 교수가 밝힌 ‘일개의 대기업에 매달리는 지역경제구조의 위험성’은 지금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당시 박 교수는 “일개 공장때문에 지역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보는 일이지만 선진국에서는 자주 있어왔던 일”이라며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70년대 석유파동 이후에 석유화학, 철강, 조선회사들이 문을 닫으면서 대기업 하나에 전 지역이 매달린 지역에서 지역경제 전체가 덩달아 휘청거린 예가 많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80년대 후반 이후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소재형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감량경영을 한다든지, 공장을 폐쇄한다든지 하여 이런 기업에 의존하는 지역의 경제가 휘청거렸다”며 일본의 예를 들었다. 신일본 제철소의 대규모 공장이 있는 일본 훗카이도의 무로란(室蘭)이란 지역에서 1985년 이후 신일본 제철이 갑자기 50%의 경영축소와 감원을 발표하는 바람에 지역경제 역시 생산과 고용이 갑자기 50%로 떨어졌던 것.
박 교수는 “지역경제가 대기업 종속경제 체질에서 벗어나 지역발전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충고한 바 있다.
환경문제도 지역사회에 떨어진 커다란 과제다.
물론 현대제철은 완벽한 환경설비로 깨끗한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역환경에 커다란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당진환경운동연합의 김병빈 사무국장은 “고로제철소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주변지역의 피해 사례에서도 드러나듯 다이옥신 등 인체에 치명적인 공해 물질을 다량 배출해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앞서가는 환경설비 투자와 예방적인 환경관리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경제의 견인차이자 아킬레스건이기도 한 현대제철. 지역발전을 주체적으로 이끌기 위한 주민들의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때다.


유종준 기자  jjyu@d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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