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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외길4 우리 시대의 얼굴, 김경인 화백

추상화가에서 70년대와 마주선 첫 저항화가로, 소낭구 화가에서 이제 자유로운 생명의 사람으로 김태숙l승인2007.02.05 00:00l(6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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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 ‘자선 전람회’와 잡지 『착한이웃』 만들며 소외된 삶 함께해
“이젠 아미산에 조용히 숨어 ‘생명의 신비’ 맘껏 그리고 싶다”

아미산자락 우송산방에는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한 시대의 얼굴이 살고 있었네

김경인 1941~
 당진중학교 졸업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서울대학교 동대학원 졸업
 현재 인하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개인전
 2004 김경인전 (학고재, 서울)
 2000 김경인 소품전 (그로리치화랑, 서울)
 1995 이중섭 미술상 수상 기념전 (조선일보미술관, 서울)
 1993 김경인전 (Icon갤러리, 서울)
 1987 김경인전 (온다라 미술관, 전주)
 1986 김경인전 (Art Core Gallery, LA)
 1981 김경인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단체전
 2006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 (일민미술관, 서울)
 2003 제18회 서울미술대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2 현대한국회화전 (브라질 외 4개국 순회전)
 2001 21세기 한국현대미술의 여정 (세종문화회관, 서울)
 1999 한국의 현대미술-자연의숨결 (캐나다 밴쿠버외 4개도시 순회전)
 1997 Seoul Artists’7 Now (Korea Gallery, NY)
 1994 민중미술 15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동학 100주년 기념전 (예술의 전당, 서울)
       부다페스트 서울 9인전 (샌탄드라, 헝가리)
 1993 비무장지대 문화예술운동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1990 카뉴국제회화전 (카뉴, 프랑스)
 1989~90 서울미술대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1989 삿포로 -서울전 (時計台 갤러리, 삿포로)
        80년대의 형상미술 (금호미술관, 서울)
 1987 서울현대회화 5인전 (大同갤러리, 삿포로)
 1986 그림마당 민 개관 기념전 (그림마당 민, 서울)
 1985 현대미술초대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한국양화70년전 (호암갤러리, 서울)
 1983 제17회 상파울루 국제 비엔날레 (상파울루)
 1982 제1회 81’ 문제작가 11인전 (서울미술관, 서울)
 1980~89 오늘의 작가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1974~81 제3그룹전 (덕원미술관 외, 서울)


 2007년 1월, 아미산 둔덕에는 노란 햇발이 날렸다. 그러다 하얀 눈발이 날렸고 이윽해서 파란 저녁 어스름이 내렸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차창 앞에 날리는 눈은 어둠 저편에서 피어오는 꽃처럼 송이송이 달려오다 어둠 속에 무더기로 묻혔다. 내일도 아침이 올 것이다. 그곳에 오는 아침은 새들이 데리고 온다 했다. 풍경소리가 바람을 흔들고, 먼 데 마주보이는 작은 산의 얼굴에서 아주 붉은 해가 아침이면 태어난다고 했다. 그곳에, 그 깊고 아늑한 곳에,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한 시대의 얼굴이 살고 있었다.

 5년 전, 아미산에 막 작업실을 짓고있던 김경인 선생을 만난 것은 겨울 초입이었다. 그날도 운이 닿아 햇빛이 좋았고 바람이 좋았다. 서른 한 살에 대학강단에 서서 나이 예순이 되어 고향 당진에 작업실을 짓기까지 화가이자 교수로 살아온 30년 세월을 듣기에 그날 반나절의 짧은 시간은 그리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았다. 이야기에 관한 영상이 떠오르기만 하면 말 한마디는 이내 열개의 풍경을 만들고 풍경들은 달려가며 파노라마를, 역사의 강물을 만든다. 그렇게 하여 많지않은 그의 말로 그 내력을 담은 꽤 긴 기사를 썼었다. 외람된 일이었다.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은 그처럼 중요한 일이다. 한 시대를 공유한다는 사실도 그러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시대를 제대로 산다는 것이다. 시대를 산 사람에게는 시대가 담기기 때문이다. 시대가 담긴 얼굴. 시대가 담긴 삶. 그것을 말하는 것은 시대 자체를 말하기보다 더 어렵다. 거기에는 시대의 내력과 개인의 역사가 모두 살아있고 지금도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인(66) 선생의 얼굴에는 이 모든 것이 흘러흘러 가고 있었다. 오늘까지 그가 걸어온 모든 걸음은 순수를 꿈꾸던 맑은 영혼들이 걸어온 절망과 고뇌와 도전과 몸부림과 끝없는 탐색의 한가운데 있었다.
 
 지고지순의 아름다움을 그리던 젊은 날의 추상화가에서, 역사의 엄청난 질곡과 고통 앞에서도 왜 우리의 그림은 이토록 고운 것만 가려 그려야 하는지 어느 날 두 눈 부릅뜨고 역사를 고발한 그림을 발표함으로써 결국 추상화를 버리기까지, 또다시 소낭구(소나무)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기위해 전국의 산(山)을 뒤지고 임학서(林學書)를 뒤지고 다닌 자연화가에서, 이제 진정한 자신을 찾아 산방(山房)에 은둔하며 생명의 신비, 살아있음의 신비에 눈을 돌리게 되기까지 형태는 달라도 한결같이 그 길은 ‘진정함’을 찾아 걸어온 치열한 여행이었고 온 존재를 실어 극단(極斷)을 넘나든 아름다운 순례였다.

 선생의 치열한 정신은 가는 곳마다, 하는 일마다 무언가 도발하고 저지르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으로 보일만큼 늘 세간의 이목을 모으곤 했다. 1971년 서른 한 살의 앳된 나이에 효성여대 미대 교수로서 예리한 지성과 뜨거운 감성으로 한 시대를 대면할 때, 1974년 <예술은 그 시대의 자식이어야 한다>고 그림 「문맹자시리즈」로 국내 미술계에 처음 현실참여 선언을 할 때, 작품은 당국에 압수당하고 몸은 교환교수로 고국을 떠났을 때, 다시 고국에 돌아와 80년대 문제작가로 90년대 소낭구작가로 열심히 그림 그릴 때, 언제나 그랬다. 게다가 2002년 이후 최근 4년간 행려자와 노숙자를 무료로 치료하는 ‘요셉병원’을 돕기 위해 매년 따뜻한 자선전람회를 열었을 때에도, 선생의 명성은 그의 소망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숨겨지지 않았다. 2002년 12월부터 시인이자 외교관인 이동진씨와 시인 정호승ㆍ한광구, 소설가 유홍종ㆍ한수산, 조광호 신부와 함께 『착한이웃』이라는, 자선을 위한 월간잡지를 만드는 일만 해도 그랬다. 그리고 『착한이웃』 첫 호는 바로 선생의 작업실인 아미산 우송산방에서 태어났다.  

 아미산 둔덕에 노란 햇발과 하얀 눈발과 파란 저녁 어스름이 날리던 날, 선생은 5년만에 만난  지인(知人)을 반갑게 맞이했을 뿐 기자를 만나지는 않았다. 강탈하다시피 자화상 스케치를 집어들며 그냥 수필 한 편 쓰겠다고 둘러대고 이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선생은 물었다. “이제는 그냥 조용히 숨어서 그림이나 그리고 싶은데 보도를 취소하면 안되겠나?” 늘 시대의 선각에서 세간의 관심을 모아온 선생이 기자에게 이 말을 할 때,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도 남는다. 그러나 나는 기록자의 역할 맨 바닥에 있는, 알리고 싶은 욕망을 어쩔 수 없다. 선생이 당진사람이며 지금 당진에 있다는 것은 당진의 자랑이다. 그는 다른 도시에서 명예시민으로 모셔가려고 안달이 났을 만큼, 탐나는 이 시대 문화예술의 보배요, 유적이다. 등하불명(燈下不明).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당진이 그걸 모른다.

 35년간 교단에서 그림을 가르치며 우리 시대와 인간의 진상(眞像)을 탐색해온 학자이자 화가인 김경인. 올해 정년퇴임하는 선생은 학교의 간곡한 섭외로 대학원 강의 하나를 남겨 놓았을 뿐 서서히 자신의 삶 전체를 이곳으로 옮겨오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길, 아직도 세상에 내놓지 못한 70·80년대 그림들을 동시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아직 가지 않은 길,  산 속 아침과 함께 눈뜨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인간의 신비를 더 늦기 전에 화폭에 옮기고 싶다는 열망들이, 오늘도 선생을 싱싱한 청춘이게 한다.

당진군 순성면 성북1리 795 우송산방
http://www.kcaf.or.kr/kimkyungin/


김태숙  tskim@d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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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 선생이 시인 이동진·정호승씨 등과 함께 자선사업을 위해 발간하는 잡지 착한이웃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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