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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103]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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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명문 사립대 앞에서 토스트를 구워 팔던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할머니가 80년대까지 만해도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다 남편이 운영하던 회사의 부도와 딸의 뜻하지 않은 뇌수술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리어카에 토스트 재료 등을 실고 와서 대학생들에게 토스트를 구워 팔기 시작했다 한다.
그러나 할머니가 손에 쥐는 돈은 고작 몇 십 만원, 딸의 병원비와 집세 등을 제하고 나면 빠듯한 살림살이였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대학 정문 앞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몇 시간 전부터 나와 토스트를 굽기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토스트를 팔면서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대하는 것처럼 다정한 말씀도 해주면서 따스한 음료까지 대접했다고 한다.
그러나 행복은 거기까지였을까! 그 할머니에게 뜻하지 않은 암선고가 내려진다.
담낭에 암이 퍼져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할머니는 토스트를 더 이상 팔 수없는 상태가 되어 집에서 기거하다, 자신의 신체를 기증할 뜻을 전한 후 죽음을 며칠 앞둔 할머니는 다시 리어카를 끌고 학교 앞에서 마치 손자 손녀를 기다리듯 토스트를 굽는다.
할머니의 암 소식을 모른 채 들른 학생들에게 교통사고와 같은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당부를 했다한다.
그 이유는 당신처럼 학생들도 장기를 기증할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란다.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죽음을 알게 된 학생들은 그동안 받았던 할머니의 따뜻한 정을 잊지 못해 학생회 차원에서 할머니를 기리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그런 내용도 있었다.
손자 손녀를 대하듯 따스했던 할머니의 정과 당신의 신체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증한 사랑의 마음을 할머니를 통해서 배운 것이다.
우리는 교육이 학교현장에서만 이루어지는 줄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오히려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일어나는 미담들은 학교현장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큰 교훈과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그 미담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어려움 속에 있는 분들의 선행이기에 더욱 더 우리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온다.
마치 메마른 사회에 한줄기 청량한 샘물처럼...
나는 과연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서로 고민하는 인간미 넘치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skyhochun@hanmail.net
·송악고 교사/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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