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고완수 시인이 첫 시집 좥나는 자주 망설인다좦를 발간했다.
고완수 시인은 1999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으며 그동안 지역에서 호수시문학회원으로 활발하게 문학 활동을 해왔다.
4부로 구성되어 있는 그의 시집에 대해 김완하 시인은 “1부에는 가족사를 중심으로 4대에 걸친 사랑을, 2부에서는 생명과 사랑, 그리움이 정조를 이루고 3부에서는 생의 깨달음과 통찰이, 4부에서는 영원과 종교적인 초월과 도의 세계, 불교적 사유가 한 차원 높게 전개됐다”고 설명했다.
주용일 시인은 그의 작품에 대한 해설에서 “가족구성원의 이야기를 통해 그는 고달프고 따뜻함이 살아있는 가족의 의미를 발견하며 대물림을 통해 삶의 연속성에 관한 질문과 대답을 하고 있다”며 “나날이 개인화, 파편화되어가는 이 시대에 가족을 통해 삶의 의미를 묻고 있는 그의 이번 시집은 세상을 향한 낮으나 큰 울림의 노래로 남을 것”이라고 평했다.
배흘림기둥
아버지는 푸른 수액이 돌던
한 그루 아름드리 나무였다
채식을 고집해서가 아니었다
고기를 즐겨 먹던 아버지
질긴 고깃덩어리 삼킬 때마다
목울대가 진통처럼 욱신거린다
유혹이 없어질 무렵이었는지
하늘의 소릴 들을 무렵이었는지
배가 조금씩 부풀기 시작했다
삶이 멍에처럼 무게를 더하자
아버지는 그렇게 배흘림으로
들보를 떠받쳐 왔던 것이다
칠백여 년 무량수전 지붕을
배 힘으로 떠받쳐온 기둥처럼,
볼품없는 몸으로도 한 생을
넉넉히 떠받치는 이 황홀한 착시
- 고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