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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단한 인생설계 끝에 만난 자동차보험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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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와 화려함이 없는 쿨한 친화력, 경력은 5년차지만 성실도와 실력은 인정받는 프로

“고객과 통화하는 저녁 두시간이 매일 최고의 순간

 윤경석(38)씨는 자동차보험 설계사다. 경력 5년차의 중견이지만 주위에는 성실함과 실력 면에서 그를 베테랑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윤씨를 만난 날은 수요일. 공휴일인데도 거리낌없이 약속을 잡을 만큼 그는 언제든 자신의 일을 위해 투신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었다. “휴일이라고 하루 쉬고나면 오히려 일이 밀려 부담스러워요.” 윤씨의 지나치는 말에서 일에 대한 책임감과 치밀한 계획성을 읽을 수 있었다. 이것이 윤씨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인터뷰 제의를 받고 쑥스러워 망설였다는 윤씨는 두툼하고 커다란 노트 한 권을 꺼내왔다. 이미 절반 넘는 분량이 업무상의 메모들로 채워진 노트. 자신의 일에 치밀하고 성취도가 높은 사람들의 특징은 한결같이 메모를 잘 한다는 점이다. 마침 윤씨가 펼친 페이지에는 오늘 인터뷰를 위한 간단한 메모들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메모에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지역손해율 관련, 자동차보험의 특징, 할인할증제도의 변화 등 자신의 업무에 관한 중요한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에 대한 피알(PR)보다는 자동차 보험 고객들이 알아야 할 정보들을 알리고자 했던 것이다. 그의 성실함은 단지 부지런함이 아니라 정확하고 사실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서로의 필요에 따라 서로를 믿고 맡기는 투철한 사회계약적인 신용을 지향하고 있었다. 무조건 나만 믿고 맡기라는 식의 과장이나 지나친 환대와 같은 영업거품이 그에게는 없었다. 질박함 대신 담백함이, 화려함 대신 단순함과 정확함이 그의 업무스타일이다.

 윤씨는 당진군 자동차보험시장의 실태를 꼼꼼하게 설명했다. 보험료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적용되는 보험료는 다른 지역과 똑같지만 지역손해율이 높기 때문에 얼마간의 특약이 추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교통사고율과 사망사고율이 높은 편인 당진군은 당연히 지역손해율이 높아 이처럼 특별금이 부과되는데 이는 고객에게나 보험대리점, 설계사 누구에게나 부담되기는 마찬가지. 윤씨는 “교통사고를 줄여 지역손해율을 낮추면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가 돌아올 것”이라며 “음주운전, 안전띠 미착용 운전, 휴대폰통화운전을 하지말자”고 지역주민들에게 간곡히 당부했다. 또한 윤씨는 “할인할증제도가 바뀌고 세분화되어 최초가입 고객에 대한 부담률이 종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장기고객에 대한 할인혜택은 종전에 비해 약간 상향된 것”에 대해서도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자동차보험고객은 현재 700~800명에 이른다. 자동차보험의 특성상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다른 보험에 비해 고객수가 많지만 그렇더라도 5년차 설계사에게 결코 적지않은 고객수다. 재계약율은 약 80%. 만기를 지나 대리점이나 설계사를 바꾸는 20%의 고객에 대해 한편 아쉽고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게도 하지만 다 그만한 이유들이 있어보이기에 억지를 부리지 않고 ‘쿨’하게 이별한다. 하지만 그의 이런 쿨한 정직과 상식을 존중하는 태도 때문에 사람들은 계약관계가 끝난 후에도 급한 일이 생기면 종종 그에게 문의를 한다. 이런 신용과 쿨한 친화력을 바탕으로 그는 꽤 많은 연봉을 받고있다. 정확한 액수를 말하긴 어렵지만 어림잡아 왠만한 중소기업 중견간부 수준은 된다. 그가 말하는 높은 업무성취의 비결은 바로 즐겁게 일하는 것이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결코 녹녹지 않은 긴 근무시간. 그럼에도 그는 하루 외근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와 차분하게 고객들과 전화로 대화를 나누는 저녁 두시간이 자신에게 최고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고객관리의 노하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가 잠시 주춤한다. “글쎄요. 저의 역량은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거지요. 그래서 저는 늘 제 고객들을 제 가족처럼 고맙게 생각할 뿐입니다.” 고객을 가족처럼. 이 간단한 한마디가 쉽게 내뱉어지지 않고 다른 생각들 속에 묻어서 나오는 것에 은근히 더 신뢰가 갔다. 업무의 철칙이나 생활신조 같은 게 없느냐고 묻자 “내 탓이로소이다”와 “초심을 잃지 말라”는 두가지를 들었다. 고객과 뜻하지 않게 갈등이 생겼을 때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생각하면 갈등이 사라지고 긴장과 열정이 느슨해질 때 초심을 떠올리면 다시 마음이 충전된다. 여기에 새로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자문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덧붙이는 말이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한가지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과 “롱런하는(오래가는) 설계사가 되라”는 것이다. 일일저일 분주한 것과 ‘반짝’하는 성과에 의존하는 것 두가지를 그는 모두 다 경계했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 함부로 말을 뱉을 수 없다는 단서를 달면서 윤씨는 앞으로 30년, 68세가 되는 그날까지 자동차보험설계사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탁월한 성취는 ‘몰입’과 ‘몰입의 즐거움’을 아는 데서 나오는 듯했다.   
 
  윤씨는 자신을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갖은 고생을 하며 5남매를 키울 때 자신은 뭐가 어려운지 모를 만큼 어려서 운이 좋았고, 고등학교 연대장을 했을 정도로 출중했던 큰형과 모범생인 작은 형의 후광 속에서 기죽지 않고 살 수 있었다는 게 운이 좋았고, 중2때부터 전문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개인후원자로부터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 졸업 후 후원자의 도움과 요청으로 2년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외국문물과 직원관리의 기본을 배울 기회가 있었던 것도 역시 그랬다. 당진군청에 건설일용직으로 근무할 당시 상사 동료들과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었던 것도, 미래에 대한 고민과 설계를 거쳐 지금의 김용인 소장님을 만나고 자동차보험설계사가 된 것도 행운이었다.

 하지만 윤씨는 운이 좋았던 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기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끝없이 탐색하고 머물지 않고 선택과 변화를 추구해온 사람이었다. 백조가 우아한 자태로 물 위에 떠있기 위해 수면 아래서 얼마나 부단히 발길질을 하는지 이제 사람들은 안다. 그가 자신을 ‘순탄하게 살아왔다’고 말하는 것은 한탄할 줄 모르는 그의 긍정성 때문이고 스스로 ‘이기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은 자신의 운명에 치열하게 맞서느라 한눈 팔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잠시 앞만 보아왔다면 주변을 돌아볼 기회가 곧 올 것이다. 그는 그것을 준비해온 듯이 보였다. 그는 요즘 부쩍 학창시절에 장학금을 후원했던 김기선 선생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을 도왔던 것처럼 그 또한 누군가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가득차 있다. 지금 그는 아내 은경씨와 두 딸 서현, 서영과 넘칠 만큼 행복하다.  
글_김태숙/ 사진_전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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