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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교사일기 111] 대학 내실화 발목잡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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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달 26일 능력은 있지만 소득이 적어 학원교육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6만4000명을 정원외로 선발한다고 발표했다. 일견 빈곤계층을 배려한 정책으로 환영받을만한 일이나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점이다.
먼저 현재의 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대학 들어가기가 훨씬 쉬워졌다. 물론 수도권대학의 경쟁률은 여전하지만 지방대학으로의 진학은 예전과 비할 바가 아니다. 90년대 이후 급격한 대학설립인가로 인한 대학정원이 늘어나면서 이미 고교졸업생들의 대학진학률이 80% 이상이다.
2002년 서울대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안을 내놓았을 때 나는 그로 인한 대학 학력의 저하를 우려했었다. 결국 지역균형선발로 학생들을 선발한 서울대는 신입생들 중 대학교육을 받을 수 없을만큼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과외를 시켰다. 농어촌 전형 또한 정원외 전형으로써 신입생을 선발하는데 최저학력에 터무니없이 모자라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때도 많다고 한다.
이와 같은 현실을 무시한 채 또다시 교육부는 기회균등선발이라는 새로운 입시안을 들고 나왔다. 특징 중 하나는 정원 외로 선발하기 때문에 수시 및 정시의 우수한 학생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있는 제도로서 또 다른 학력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대학생 양산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대학의 정원을 조절하고 대학 졸업인력들이 적재적소에서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대학생들의 수만을 늘려 자칫 고교 졸업생 대부분이 대학을 가게 되는 반갑지 않은 일을 방치하고 있는 듯하다.
기회균등선발정책이 아무리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차원에서 검토된 최종안이라 하더라도 이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따른 대학학력의 저하에 대한 대비책은 분명히 제시되어야한다. 아울러 대학정원에 대한 감축도 차질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와 현재와 같은 대학정원의 고수와 함께 마지막으로 이번 기회균등 할당의 도입 등이 그대로 진행되면 우리 사회는 많은 대학생들을 배출시키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무능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줌과 동시에 대학생들을 배출하는데 들어간 인적, 재정적 낭비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송악고 교사/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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