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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기획 여성과 미래,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 ②] 경제·사회 - 예원공예협회 백춘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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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주부에서 사회교육 강사를
거쳐 전문협회 창업하기까지

충남지역 방과후 프로그램 전문협회 예원공예 백춘자 대표

 

 

 

 

여성에겐 일자리를,
아동에겐 즐거움을 주는
무공해 미래산업

 

 

“무한경쟁을 통한
 적자생존이 아니라
 공존공생을 위한
 무한책임주의”

 

 예원공예는 방과후 프로그램 전문협회다. 여기서는 칼라믹스와 점핑클레어, 조개공예, 컨추리소품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다룬다. 예원공예는 아동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강사를 양성해 수요처에 파견, 공급하는 회사인 셈이다.
 방과후 프로그램이나 강사양성소는 우리가 흔히 듣고 있지만 ‘방과후 프로그램 전문협회’라는 말은 아직 생소하다. 그것은 사회교육 중 방과후 프로그램을 전문으로 하면서 강사를 직접 양성하는 한편 각 학교를 비롯한 수요처를 확보해 강사를 책임지고 파견하는 등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의 전과정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곳이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이다.
 방과후 프로그램을 비롯한 사회교육프로그램은 대체로 기존의 몇몇 강사양성소를 통해 배출된 개인이 직접 자신이 강의할 학교나 문화센터를 물색해 자신의 일자리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채택되는 것이 관례다. 그리고 강사양성소를 통해 자격증을 취득한 잠재적인 강사인력은 많지만 막상 실질적인 직업활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예원공예는 2006년 창업한 후 현재 서산지점과 보령지점 등 2개의 지점을 두고 각급 학교와 유치원, 대학 유아교육과 등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방과후 공예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회사에 소속된 직원 모두가 ‘방과후 선생님’으로 일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개의 지점 중 서산지점에서는 서산, 당진, 태안, 아산, 예산, 홍성지역을 관할하고 보령지점에서는 보령, 서천, 부여, 청양지역의 방과후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예원공예는 아직 직원 30명 안팎의 작은 회사지만 사회교육 부문에서 아주 드물게 전과정에 대한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배출한 인력의 취업을 책임지기가 만만치 않은 고등실업사회에서 예원공예는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완결성’을 추구한다. 필요한 만큼의 인력만 양성해 자격증을 주고 일단 자격증을 딴 사람에 대해서는 취업을 책임지는 방식이 그것이다. 그리고 다른 협회들이 하는 것처럼 강사를 파견하면서 수당을 받거나 강사료를 주면서 세금을 떼지도 않는다. 계약도 강사가 직접 맺고 그들이 고생한 댓가는 그들 자신에게 오롯이 돌아간다.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의 돈과 시간을 투자해 자격증을 땄어도 그 뒷일을 누구에게도 책임지울 수 없는 자유시장경제체제의 무한경쟁주의. 사업확장을 위해 무분별하게 자격증을 남발해도 그것이 미덕은 아닐지언정 악덕 또한 아닌 오늘의 현실. 생존의 치열한 정글 속에서 사람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종종 하이에나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예원공예가 이런 적자생존의 ‘정글의 법칙’ 대신 ‘공생과 책임의 법칙’을 토대로 인간적인 회사체계를 세워갈 수 있었던 것은 백춘자(43, 여) 대표의 독특한 창업동기와 창업정신 때문이다.
 “서른 세살까지는 그저 평범한 주부로 살았어요. 건강 때문에 우연히 수지침을 배우게 됐는데 몇 년 동안 꾸준히 배우다 보니까 체질이 바뀌면서 건강도 되찾았고 뜻밖에 수지침 강사로 활동할 기회를 얻게 됐죠. 처음부터 마음먹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야무지고 깔끔한 일처리와 책임감 있고 언제나 남을 먼저 배려하는 두툼한 인간성, 시원하고 정직한 성격이 그녀를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인 차원으로 발전하게 해주었다. 충남일대 사회교육기관에서 수지침강사로 인기를 얻으며 활동하게 된 백대표는 수지침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강의의뢰와 요구를 받게 되었다. 그녀에게는 한번 같이 일한 사람들로부터 다시 함께 일하고 싶게끔 하는 매력이 있었는데 그런 신뢰감은 그녀로 하여금 늦은 나이에도 다양한 공예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얼마동안 공예와 관련된 사회교육강사로 일하면서 그녀에게는 고민이 하나 생겼다. 좀더 심화과정을 배워서 자신처럼 자격증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났던 것이다. 그들의 성화에 못이겨 자격증반을 개설하고 나니 이번에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자신이 배출한 자격증자가 일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하는 문제였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들어오는 강의 의뢰를 나누어 기회를 주었지만 그것으로 그녀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다 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 중에는 생활고 해결이 다급한 사람들도 있었고 성실하고 능력이 있는데 외교력이 부족해 직접 수요처를 찾아나서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그녀는 그들을 위해 솔선해서 사회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며 강의섭외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제자들에 대한 책임을 떠안음으로써 어느새 바쁜 사업가로 변모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그동안 충남지역 일대에서 강의를 하며 쌓아온 신뢰와 기대가 이러한 자연스러운 변모과정에 밑거름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백 대표가 하는 일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충남일대를 돌며 강의수요처를 개발하는 일은 물론이고 연ㆍ월별로 다양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과 디자인을 고안하고 개발하는 일도 직접하고 있다. 게다가 수요처 확장에 맞게 희망자를 모집해 강사로 훈련시키고 파견하는 일까지 모두 그녀의 몫이다. 책임성이 중요한 만큼 절대로 자격증을 남발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 강의의뢰가 충남을 벗어난 곳에서 들어오는 일도 종종 있지만 손이 닿지않는 곳은 과감히 포기했다. 처음부터 자금을 가지고 돈을 버는 사업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가 혼자 감당해야 할 일은 참 많다. 그럴 때 남편 장준영(49)씨는 그녀의 훌륭한 조력자다. 공무원인 남편은 집안일은 물론이고 서류관계와 공예품재료에 관련된 일들을 주저없이 도와준다.
 간혹 백 대표는 자신의 고충을 모른 채 어렵게 마련해준 일자리를 떠나며 직원이 일방적으로 수요처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바람에 뒷수습을 모두 감당해야 할 때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아이들의 작품을 보면서 티없는 순수성을 느낄 때 너무 좋구요, 협회에 소속된 주부들이 자녀들로부터 ‘선생님엄마’를 둬서 좋다는 말을 들을 때, 직원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껴요.”
 서산시 운산면 용정리에 위치한 예원공예 서산점에서는 주부를 비롯한 20명의 여성이 일하고 있다. 당진군 합덕읍에 사는 진영자(39)씨도 합덕도서관이 운영했던 수지침강좌에서 백대표를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은 예원공예의 강사로, 사무를 맡아보는 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진씨는 집안일만 하다가 사회활동에 참여하게 돼서 너무 보람있고 좋다고 말했다.
 백춘자 대표는 최근 예원공예의 전국지사 중 첫 번째로 전북 전주시에 가맹점을 하나 계약했다. 가맹비와 계약금을 조건으로 자신의 모든 사업 노하우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예원공예가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평생직장이 되려면 벅차더라도 이러한 확장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백대표는 가능하다면 전국 각지에 가맹점을 내고 싶다. 공해없는 산업을 통해 전국의 성실한 여성들에게는 일자리를, 아이들에게는 즐거움을 주고 싶다. 그리고 부모님의 함자 중 한자씩을 따서 이름붙인 “예원”이라는 이름이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기를 소망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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