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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명물소개 ②] 송악면 고대리 안섬풍어당굿 - 450여년 동안 만선의 꿈을 담아낸 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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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선을 기원하며 올린 주민들의 축제 인근 대규모 공단 개발 등으로 점차 위축되고 있어

▲ 뱃고사를 지내고 있는 마을주민의 모습.

 편집자주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문화유산과 문화유적, 그리고 후손에 전해주어야 할 가치를 가진 무형문화재가 많이 있다.
 그러나 이 문화유산들은 단순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장되고, 잊혀지고 또 없어지고 있다.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명물들은 지금 이 시간 어디선가 없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본지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지역의 숨어있는 명물과 문화유산을 발굴해 보도함으로써 넓게는 당진의 관광산업 발전을, 단기적으로는 지역의 문화유산 보존을 도모하고자 한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졌습니다.



관광자원화 등으로 변화 모색해
만선과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풍어제

 풍어제는 바다를 낀 해안지방에서 마을의 평안과 고기를 많이 잡기를 비는 제사이다. 3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해안지방 어민들은 바다에 생명을 걸고 고기잡이를 해왔으며 험한 바다와 싸우다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어촌마을에서는 풍어제를 지냄으로써 바다에서의 여러 가지 사고를 막고 마을의 평안을 기원했다.
 풍어제는 엄격한 유교식 제사와는 다르게 육지 또는 바다위에서 무당이 춤과 노래를 곁들인 굿을 하며 제사를 축제분위기로 이끈다. 또한 마을마다 제사내용과 진행과정이 달라 동해안 별신제와 서해안 대동굿처럼 마을 전체의 공동제사가 있는 반면 배를 갖고 있는 배주인이 벌이는 서해안의 배연신굿이 있다. 굿도 마을산에 신당을 모셔놓고 굿을 하거나 마을을 돌면서 하는 굿,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의 집에서 용신과 해신에게 밥을 주는 용왕굿 등 다양하다. 풍어제는 마을주민이 함께 참여해 화목과 협동을 다지며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마을축제로 굿판에서 벌어지는 익살스런 대화와 몸짓이 예술성을 띠고 있다.
 이처럼 큰 의미를 지닌 풍어제지만 어민수의 감소와 어촌의 쇠락과 더불어 풍어제의 전통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과거에 농업과 함께 어업도 중요한 산업 중의 하나였던 당진군에도 이 풍어제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수자의 부족과 인근의 공장지대 입주 등으로 위태로운 입장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450년의 역사인 ‘안섬 풍어당굿’

 충남도지정 무형문화재 35호 안섬풍어당굿은 연평도에 조기잡이를 나가기 전 무사귀환과 풍어를 바라며 어민들이 지냈던 풍어제로 송악면 고대리 안섬마을에서 수백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행사다. 마을주민들은 약 600여년 전부터 전해지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문헌 및 발굴조사에서는 약 45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안섬풍어당굿은 지난 1994년 전국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체육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2001년 6월 충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안섬풍어당굿은 마을이 풍요로울 땐 소 한 마리를 잡는 대제를 지내고 어려울 땐 소제를 지내왔다. 가장 최근에 열린 대제가 지난 2005년이었다.
 안섬풍어당굿은 안섬풍어당굿보존회(회장 하헌서) 주관으로 매년 2~3일간 열리고 있으며 대동굿과 본당굿, 어망굿 등을 진행한다. 또한 만선을 기원하는 뱃고사와 장승제, 용왕제 등도 지내고 있다. 특히 대동굿에는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비는 의미가 담겨 있고 어민들이 직접 배 위에서 지내는 뱃고사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의미있는 문화다.
 이 안섬풍어당굿과 관련해 당진군이 조성한 당굿 전수회관이 있으며 전수회관 내에는 450여년에 달하는 당굿의 역사를 기록해놓은 전시관이 있다.
 
변화 겪는 안섬풍어당굿

 아마 전국에서 전승되고 있는 풍어당굿 중 안섬풍어당굿은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는 지역 중의 하나일 것이다. 어민들의 연안어업이 점차 침체일로를 걷는 것에 더해 인근지역에 잇따라 대규모 공장단지들이 들어서며 어민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는 것. 풍어당굿을 치르는 고대리 인근에는 현대제철이 고로제철소를 짓기 위해 추진중이며 당진군의 공단입주 방침에 따라 고대공단과 부곡공단에 수백여개의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자연스레 어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마련된 것이다. 지난해까지 안섬풍어당굿 보존회장을 맡아오면서 당굿의 기틀을 마련해왔던 지운기 전 회장은 “2005년에 대제를 지냈고 5년마다 대제를 지낸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계획을 실행하기는 너무 어렵다”며 “어민들의 형편이 좋을 때 대제를 지내야 하는데 어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지금 언제 다시 대제를 지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공단 개발과 기업 입주로 인해 어족 자원과 어장이 줄어들어 어민들이 어업을 포기하게 되는 것. 지운기 전 회장은 “실제로 안섬포구에서 ‘어업에 종사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라며 “어민들이 안섬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지켜온 전통을 관광자원으로”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주민들은 전통을 지키면서 당굿을 이어갈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의 한 방법이 마을축제로 승화시켜 외지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풍어당굿은 2001년 충남도 지정 문화재로 등록되면서 매년 충남도와 당진군으로부터 각각 200만원씩의 행사비용을 보조받아왔었다. 이 비용은 점차 늘어 지난 2005년 대제에서는 1000만원(도비는 200만원)까지 지원받고 있다.
 주민들은 이 비용으로 기존의 대동굿과 뱃고사 등은 지내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액운을 띄워 보내는 발심지 태우기 행사 등에 일반인들을 참여시키거나 소단위 프로그램을 군내 대규모 행사에서 시연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 안섬풍어제의 의미를 널리 알려 그 의미를 이어가고자 한 것이다. 실제로 한진바닷가에서의 새해 첫 해돋이 행사에서 이 띠배 띄우기를 실시해 외지 관광객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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