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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미래,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 ④ - 복지,주민운동편 천안 풀뿌리희망재단 윤혜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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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토양에 맞는 주민운동 배양하기
그 치열한 실천과 개척의 15년
천안YMCA에서 풀뿌리 희망 재단까지
천안지역 주민운동 탄생과
성장의 주역 윤혜란

‘인큐베이팅’운동 독자적으로 개발, 충남장애인·어린이 등 5개 주민단체 육성 독립시켜
조직이기주의 뛰어넘은 활동결과 2005년 막사이사이상 “떠오르는 지도자‘ 부문 수상 

 아직 젊은 여자, 
윤혜란의 중후한 이력

 윤혜란. 여성. 올해 나이 40세. 천안출생.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 연세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인 천안에서 YMCA 창설운동을 시작했으며 98년부터는 사회복지대상자가 주체가 되는 주민운동의 조직배양자(인큐베이터)로서 15년간 헌신적으로 일함. 주민이 직접 지역을 변화시키는 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해 천안지역운동의 역사를 새로 씀과 동시에 한국사회 지역운동의 신모델을 개척함. 2004년 과로로 지병을 얻어 쓰러짐. 2005년 막사이사이상 “떠오르는지도자” 부문 수상. 상금 5천만원 전액을 종자돈으로 내놓으며 지속가능한 주민운동을 위한 지역적 지원시스템인 ‘풀뿌리희망재단’ 창설운동에 다시 나섬. 현재 한국사회 최초의 지역사회재단으로 2006년에 창설된 위 재단의 이사로 활동 중. 충청남도 공익재단법인인 ‘풀뿌리희망재단’은 풀뿌리단체운영 교육과 컨설팅, 활동가 교육훈련 지원, 기부문화 확산과 긴급구호 재난지원 등등의 활동을 하고 있음.

끝없이 성찰하며 스스로
   이론과 실천의 길을 내다

 윤혜란(40)씨에 대한 소개는 간단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녀를 만난 뒤 그의 삶과 활동을 요약하는 일은 너무 어려웠다.
 물론 그녀의 삶을 이루는 무늬는 단순하다. 어렵게 통학을 선택한 대학 4학년 때부터 그녀의 삶은 한번도 고향인 천안을 떠나본 일이 없으며 스물다섯 살 이후 지역현장에서 일하는 사회활동가라는 위치를 벗어나 본 일도 없다.    
 그런데 그냥 그렇게 말하기에는 그녀에게 너무나 남다른 점이 있었다. 그녀는 끝없이 성찰하고 성찰의 결과에 따라 끝없이 변화하며 끝없이 스스로 길을 만들어온 사람이다. 그녀가 어느새 지역운동에 대한 나름의 두터운 철학과 독자적인 이론, 창의적인 실천방법들을 터득해 지니게 된 것도 그 때문이며 그녀의 활동여정 또한 ‘민주주의’라는 가장 단순하고도 지고한 이상과 원리를 지역사회에서 지키려는 매서운 노력의 결과였다.
 천안YMCA에서 ‘복지세상을 여는 사람들’로, 그리고 최근 주민운동을 지원하는 또 하나의 재단조직으로서 ‘풀뿌리희망재단’을 창설해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지역’이라는 삶의 터전에서 끝없이 시대와 주민의 요구에 귀기울이며 그 요구에 몸과 마음을 다해 부응한 결과였다. “원칙은 굳건하게, 그러나 방식은 창조적이고 유연하게”, 이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인큐베이팅, 그녀의 신조어이며
   그녀가 추구하는 공익적 방식

 1998년 그녀는 시혜자와 수혜자가 공존하는 ‘사회복지’라는 영역을 통해서 시민들을 서로 만나게 하는 ‘복지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하 복지세상)이라는 단체를 창설해 본격적인 주민운동조직 ‘배양’에 나섰다. 복지세상의 지원을 받아 육성되고 독립한 단체들은 ‘충남장애인부모회’, ‘충남여성장애인협회’, 아동복지단체인 ‘미래를 여는 아이들’ 등 굵직한 단체 5개다.
 그녀는 ‘복지세상’이 추구했던 역할이 ‘인큐베이터’ 역할, 즉 ‘인큐베이팅’이라고 말한다.
 “인큐베이터는 아직 세상에 나갈 준비가 덜된 아기를 잘 보살펴서 스스로 세상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거잖아요. 그것처럼 ‘복지세상’은 지역에서 주민들이 자신의 주인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조직을 키워주고 지도자를 양성해서 스스로 독립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었어요.” 조직활동의 목표를 자기조직 확대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간부들과 마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변함없는 신념으로 그들을 설득했다. 그 신념은 바로 시민, 혹은 지역주민이 스스로 문제해결 의지와 능력을 지닐 때 비로소 진정한 지역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이밖에도 복지세상은 2002년 지역단체모임인 ‘복지천안네트워크’과 함께 <천안을 복지세상으로 만드는 33가지 방법>이라는 심층적인 지역복지자료를 만들어 후보들에게 먼저 배부해 교육할 시간을 준 뒤 천안시장 후보자초청 토론회룰 여는 등 매우 전향적인 방법으로 지역에 교육풍토를 만들어나갔다.   

 시민없는 시민운동은
   지역을 바꾸지 못합니다

 지역운동 초창기 그녀의 고민은 시민운동에 왜 시민이 남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답은 시민운동이 시민의 요구에 귀기울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역운동단체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가 자신들의 틀을 정해놓고 그것을 시민에게 가르치고 계도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워 힘빠지게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지역운동의 힘은 시민, 즉 주민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시대가 바뀌고 시민들의 생각과 요구도 날로 변하는데 지역운동단체의 내부혁신이 가장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시민운동은 시민에 대한 신뢰, 그들의 진정한 요구에 대한 이해, 또한 시민들이 해결해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이슈와 과제의 제시, 교육을 통해 과학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회적인 이슈를 제기하고 중앙정부를 압박해서 정책을 변화시키는 지금의 시민운동방식은 부분적으로 필요하긴 하지만 지역에서 적절한 방법은 아니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그들의 공감과 의식변화, 그들의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변화가 정말 값지고 지속적으로 그들의 몫일 수 있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것이 없다면 비록 다른 힘으로 당장 제도가 개선되더라도 그것을 지켜내고 진전시킬 힘은 여전히 주민에게 없는 상태로 남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지역운동 위해
   ‘재단’을 만들었어요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이 왜 그녀에게로 돌아갔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윤혜란씨가 그 수상금 전액을 기부함으로써 다시 지역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풀뿌리희망재단’ 설립운동은 지역을 끝없이 변화 발전시키려는 그녀를 비롯한 많은 지역민의 의지의 산물이다.
 윤혜란씨는 말한다.
 “지속가능한 지역운동, 그것은 운동단체의 끝없는 자기혁신 뿐 아니라 그것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의 지역운동, 사회운동은 한 사람의 활동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막상 그가 지쳐 쓰러지고 나면 그 맥 또한 끊겨버립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를 견학한 바에 따르면 그들은 끝없이 지역활동가들에게 재교육의 기회를 주어 변화를 유도하고 ‘재단’이 따로 있어서 활동기금을 모금하고 있었습니다. 또 활동가들이 지치면 그 경험을 정리할 시간과 급여를 제공하기 때문에 공익적인 활동들이 매우 생명력있게 백년, 2백년 오래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지난 15년간 지역운동에 쏟아온 열정과 성과, 시행착오 경험을 살려 공익적 활동을 돕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사명이라고 말했다. 아직 채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서도 그녀는 다시 지역현장에서 한국최초의 지역사회재단인 ‘풀뿌리희망재단’과 함께 지역운동의 새로운 이론과 역사를 온몸으로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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