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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시론] 마을단위 공동체 문화활동에 대한 장려와 지원을 제안한다 - 안효권 맑고푸른당진21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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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추석 저녁 송산면 복지회관 앞마당은 20여년만에 열리는 삼월리 콩쿨대회를 구경나온 주민들로 가득 찼다. 마을단위의 작은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명절날 특별한 재미거리를 찾던 주민들이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모여들었고 추석을 쇠기 위해 고향을 찾은 출향인들이 가족과 함께 콩쿨대회 구경을 나왔다.
 본부석엔 예전방식대로 새끼줄에 찬조한 분들의 명단을 창호지에 적어 매달고 부녀회에서 준비한 막걸리와 두부김치로 행사가 푸짐해졌다. 삽, 낫, 괭이를 한데 묶은 농기구 3종세트부터 자전거, 다리미, 텔레비전 등이 상품으로 걸렸고 이밖에도 주민들에게 경품추첨을 통해 세제, 그릇 등의 생필품이 전달됐다. 마을이장, 노인회장, 지도자, 조합장, 부녀회장이 심사위원으로 추대되었고 마을의 기둥인 청년회원들이 행사전반을 준비하고 진행했다.
 한가위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를 무렵부터 시작된 콩쿨대회엔 70대 어르신부터 4살짜리 꼬마 자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네구성원 20여팀이 무대에 올라 열창을 했다. 멀리 중국 연변에서 우리나라에 와 동네 식당에서 일하는 조선족 아가씨, 개인택시 사장님, 처갓집을 찾은 삼월리 사위들, 다음달이 출산이라는 김씨댁 며느리, 육중한 몸을 날렵하게 흔들며 신나게 노래 부르던 아랫말 형수, 경품추첨 상품을 자전거로 달라고 떼쓰시던 이발소 아저씨, 곤드레만드레를 구성지게 부른 초등학교 3학년 창현이....
 마을동쪽 산등성이에서 떠오른 보름달이 어느새 복지회관 마당에 모인 주민들의 머리 위를 차별 없이 비출 때 우리 모두는 개인과 마을의 번영, 그리고 국가와 세계평화를 위하여 기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른 동네에서 구경을 온 노래깨나 하는 분들의 찬조 출연도 분위기를 한껏 돋구었다. 디스코 경연대회에서 문화상품권을 선물로 받은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고 20여년만에 동네 콩쿨대회에 참석한 어른들도 막걸리 한잔의 풍류에 즐거웠다.
 어릴적 아버지 손을 잡고 동네 콩쿨대회 구경을 갔던 아이들이 이제 어엿한 청장년이 되어 마을 콩쿨대회를 추진한 것처럼 저 아이들도 먼 훗날 이런 마을 공동체 문화행사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상식에서는 1등 부상으로 칼라 텔레비젼을 받은 동네식당 사장님이 즉석에서 상품을 노인정에 기증하는 감동스러운 장면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동네사람 모두가 일어나 손에 손을 잡고 다함께 고향의 봄을 힘껏 부르며 행사를 마무리 했다.
 산업화와 경제성장과 함께 마을공동체가 붕괴되고 마을단위 문화활동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인 현시대에 마을 콩쿨대회 같은 공동체 회복 문화활동을 다양하게 추진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마을의 구성원들에겐 애향심과 소속감을 증대시키고 출향인들에겐 고향에 대한 애착과 그리움,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게 하는 마을단위 문화활동을 행정에서 적극 장려하고 지원할 것을 제안한다.
 이미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선 이러한 마을단위 공동체 문화활동을 주관 또는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2008년을 목표로 당진시 승격 운동이 가열차게 추진되는 과정에서 자칫 질적 성장이 배제된 채 양적 성장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양적성장과 함께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복리 증진, 그리고 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간과되지 않고 병행 추진돼야 할 것이다. 내년 추석엔 여러 마을에서 동네 주민들과 출향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웃음꽃을 피우고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들을 가슴 가득 채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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