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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 교사일기 125] 남을 배려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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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을 길러본 사람들은 아이들이 어떤 말부터 배우는지 한번 잘 살펴 볼 일이다. 지금은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아들이 20여 년 전 너덧 살도 채 안 되었을 때 뭐라고 중얼중얼거리는데 꼭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되뇌이고 하는 것을 아내가 들었던 모양이다. 놀랍게도 그것이 욕설이어서 다시는 그런 욕설을 못하도록 나무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언어를 처음 배울 때 욕부터 배운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 성직자들을 제외하곤 일반인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상황에 따라 욕을 내뱉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하물며 학생들은 오죽하겠는가!
 작년 12월 말경 가족과 함께 예술의 전당에 갔었다. ‘맘마미아’라는 뮤지컬이었는데 내용을 소개하기보다는 욕과 관련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소개하겠다. 연극배우들의 대사 중에서 여자 출연자가 남자출연자들을 향해 욕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욕설이 오히려 상큼한 유머처럼 느껴졌었다.
 실제 어떤 욕을 십 센티, 개나리 이런 식으로 욕설을 대신 처리하는 것을 보고 관람객 모두는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도 그 생각이 나서 학생들이 욕을 하려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해본다.
 물론 이것은 뮤지컬의 대사일 뿐 실제생활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표현인 줄은 안다. 그러나 말이 인격을 담는 그릇임에 틀림없다면 한마디의 표현도 듣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고 또 배려하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써야 할 일이다. 이곳에 내려 온지 30년 가까이 되었지만 말과 관련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 중에 하나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 존댓말의 사용보다는 말을 놓는 사람들이 많다는 경우를 더러 경험했었다. 가깝다고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고 너그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 때문이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늘 화사한 얼굴로 어린 학생들에게까지도 존댓말을 사용하셨던 한 여전도사님이 기억에 남는다. 학생들을 포함해 나를 아는 이들에게 나이와 신분과 사는 형편에 관계없이 꼭 같이 존대하며 살아가는 것이 그러지 않아도 사회적 편견과 삶의 세파에 찢겨진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본지 편집위원 / 송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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