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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천의 교사일기 126] 따뜻한 아이들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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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수요일 아침. 학급에 들어가 가르칠 교재를 검토하고 있노라니 핸드폰 진동이 느껴졌다. 내용은 담임하고 있는 학생의 어머니가 운명하셨다는 것이었다. 순간 마음이 착잡했다. 학생을 3년 계속 담임하면서 가정방문을 통해 그 가정의 어려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학생의 어머니는 올해 5월 중풍으로 쓰러지셨고 9월 말경 또 한번 중풍으로 쓰러진 후 17일 만에 세상을 뜨신 것이다. 학급 반장을 시켜 그 일을 아이들에게 알리도록 한 후 점심시간을 이용해 함께 가고 싶은 학생들은 현관 앞으로 나오도록 했다. 출발 전 반장을 통해 아이들이 십시일반으로 십 오만 원 가량을 걷었다면서 내게 건네주었다. 이웃 반 아이들도 함께 동참했다는 말을 들으면서 내 반, 네 반 가리지 않고 어려움을 당한 친구의 아픔에 동참하려는 아이들의 순수함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점심시간 종이 울리자 동료교사 두 명과 아이들 6명이 함께 지역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교사들이 먼저 영정을 향해 목례를 한 후 학생들이 뒤이어 분향소로 들어갔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나오질 않아 웬일인가 싶어 그곳으로 가보았더니 녀석들이 그냥 고개만 숙인 채 마냥 서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상주의 안내로 인사를 마친 후 그곳을 나온 학생들과 점심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차안에서 “도대체, 왜들 그렇게 오래 서있었니”라고 묻자 “선생님들이 들어가신 후 모두 서서 묵념하시는 것보고 이 장례식장은 서서 묵념만 하는 곳인가 보다”하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나서서 향을 피우든 영정 앞에 꽃을 놓든 해야 하는데 반장이란 녀석이 뻗치고 서있기만 해서 자신도 무척 답답했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갑자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곳에 가신 선생님들은 모두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기도를 한 것이고 너희들은 각자의 신앙에 따라 기도를 하던지 절을 하던지 하면 되는 거야!”
 그때서야 차안에 있던 아이들이 이해를 하는 것 같았다. 오늘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학생이 찾아와 인사를 했다.
 “선생님!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살림은 어떻게 하누?”, “제가 해야지요.” 어려움 속에서도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녀석이 오늘따라 한층 더 미더워 보인다.
 본지 편집위원 / 송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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